[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준영과 지오 둘이 나온 사진을 올릴까 하다가... 다른 캐릭터들도 꽤 맘에 들었기 때문에 전체 샷을 올린다. 미드를 닮아가는 설정샷이긴 하지만 방송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기엔 나름 좋은 장면아닌가. 방영중일땐 보지도 않아서 시청률에는 전혀 일조를 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이틀만에 다 봐 버린것은 뭐... 쉽게 말하자면 심경의 변화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편해진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조금씩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작업 중의 하나이다. 뭐, 자세하고 사소한 개인사는 그냥 여기서 일단 접자.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나 연출법을 떠나, 나레이션이었다. 내용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대사와 나레이션의 볼륨이 맞지 않아 집중이 되지 않았다는거다. 준영과 지오가 장난치며 소리를 질러대는 그 위에 항상 낮은 보이스의 나레이션이 깔려 사소한 대화소리 혹은 빽빽대는 소리만 들릴뿐 가장 중요한 나레이션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확실하게 대사 볼륨을 낮추고 나레이션을 살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매 회 걸리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준영이란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참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캐릭터였다. 나를 닮은 점도 있고 나와 전혀 다른 점도 있었다. 준영은 참 이기적이다. 이해가 가는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묵인하기에는 너무 제멋대로인 점이 많다. 일이 중요하고 남자들에게 꿇리기 싫어하는 점은 매우 이해하지만,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생각은 너무도 이해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기에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기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 너도 그렇게 알아라하는 식의 말투는 이기적인 그녀의 성격을 보여준다. 연애상대라면 그런 대화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결혼'이라는 대화가 오고 가는 상대라면 어쩌면 배신감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아직도 보편적 성향이 남아있는 한국남자들이라면 말이다. 준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인 나조차 그녀가 잔인하다고 느낄 정도이니 그들은 오죽하랴.
연애란 어짜피 두사람만의 일이니 누가 지고 이기는 것은 제 삼자인 우리에게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준영이 너무 하다 싶기는 했다. 아마 그녀에게 나를 투영시키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친절할땐 한없이 친절하다가 가끔 너무나도 잔인한 지오에게 그를 투영시키듯. 그는 많이 져 주고 참아주고..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지만 준영처럼 나는 그렇게 이기적이었다. 지오의 녹내장과도 같은 사건이 우리에게도 있었지만 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었고 그렇게 미처 드라마화 되지 못한 이야기는 끝이 나버렸다. 폼나는 대사 한마디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통속적이게 끝이 나버렸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해 불가능한 부분도 역시 많았다. 양수경에 대한 준영의 태도라든지, 윤영에 대한 김민철의 기나긴 집착이라든지.. 마지막회가 되자 왠일인지 아빠와 타협해버리는 민지라든지... 사람 피곤하게 하던 연희라든지... 항상 '내가 뭘 잘못했는데! 정말 모르겠어!"를 연신 뱉어나는 준영.. 연희라는 끈을 버리지 못하는 지오.... 하긴 그런것들을 전부 이해한다면 살아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으랴. 후..
어쨌든, 오랜만에 재미있게 봤다. 끈적끈적한 신파드라마는 잘 못보는 내게는 적합한 드라마였다.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공감을 사는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남자의 희생이 요구되는 엔딩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