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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의 소화, 마이니치 신문

화요논설: 외래어의 소화(타마키 켄지), 마이니치 신문

 

NHK의 외래어 남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민사소송이 나고야의 지방법원에서 기소되었다.‘하지만 일본어는 원래 외래어를 계속 받아들여 활성화 된 언어가 아닌가요?’라고 제소 대리인 변호사에게 묻자 ‘메이지 시대처럼 고심해서 일본어로 치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그 말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재판 진행 여부에 따라서는 현 시대의 언어사용에 파문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르겠다.

 

페리의 내항으로 시작된 막부 말기, 유신 전후의 혼돈 속에서 일본은 서양세계의 구조와 내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언어의 번역과 창조를 필사적으로 서둘렀다. 신조어 혹은 이전부터 있었던 말을 갖다 붙여 정치, 경제, 사상, 예능, 자유 등 여러 가지 개념을 받아들였고,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한자는 이에 매우 편리하게 사용되었다.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신조어를 일본어나 한자로 치환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현재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소사이어티(Society)’는 당시 좀처럼 번역어가 정해지지 않아 ‘교제’등으로 번역되었다. 구시대의 표현인 ‘세상’으로는 그 의미를 포괄할 수 없었다. 결국 1875년 1월 14일 동경 니치니치 신문(東京日日新聞)에는 ‘社会(ソサイ千―): 사회(소사이어티)’라고 한자 옆에 별도로 카타카나를 표기하여 등장했다.

 

시대의 변화를 거쳐 외래어가 우리의 일상에 한꺼번에 넘쳐나게 된 것은 패전 후, 점령군 문화나 서양화, 서양음악이 초래한 카타카나 언어에서였다. 국어정책상 중요시되는 것은 표기법이다. 그리고 활용 면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경제성장과 국제화가 진행되자 정부문서에서도 ‘프로젝트를 토탈 매니지먼트한다’라는 표현이 나타났다. 굳이 왜 그런 말을 쓸까 싶을 때가 있다. 한 예로 요즘 ‘모티베이션’이란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 말은 과연 얼마만큼 생활에 녹아 든 언어일까? ‘동기부여’라는 말은 딱히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모티베이션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면 왠지 자신이 아닌 주변환경 탓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은 아닐는지? 어째서 의욕이 일지 않는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번 제소에서 예시로 든 리스크, 케어, 컨시어지 등을 과연 일본어로 치환해 마땅한지 생각해보자. 각각 ‘위험’, ‘보살핌’, ‘종합상담안내 담당’이라는 말로는 뉘앙스(앗차, 이것도 외래어다)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아마 나올 것이다.

소량의 사전을 붓으로 옮겨 적었던 시대와 정보가 순식간에 세계를 순환하는 현 시대는 이미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외래어를 일상어로 받아들일 때 개국시기의 선조들처럼 위경련을 일으켜가며 고심해 언어를 소화해내려는 과정이 과연 지금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볼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원문:  http://mainichi.jp/opinion/news/20130702ddm003070175000c.html

 

사실은 꽤 오래 전에 번역한 글인데 이제서야 올린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소송까지 하는건 좀 심했다 싶지만 범람하는 외래어에 대한 필자의 의견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일본에서 오랜만에 돌아와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때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시중에 몰라보게 늘어난 일본 상품도 그랬지만, 어느새 일상어가 되어버린 이상한 일본외래어들이 너무 많았다. 누끼,와쿠 등 업계 용어들이야 그렇다 치고... 간지난다, 쇼부본다는 정말 이해가 안갔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느낌 있다'와 '간지난다' 그리고 '승부본다'와 '쇼부본다 혹은 쇼부친다'는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꿔 쓸 수 없다고 악을 쓰며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 부분이 나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생각해보면 영어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관대한 것도 같다. 그건 일본어에 비해 영어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백 년 뒤면 영어 외의 대부분의 언어가 소멸한다고 했다던가? 나를 포함해 이미 외래어에 잠식된 일반인들은 하루 아침에 고쳐질리 만무하겠지만 '의식'해서 말을 골라쓰는 노력이라도 필요할 것 같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글도 하나 번역해 두었는데 그건 다음 글에 이어 포스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