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은 완주에 위치한 화암사에 가는 것이었다. 알람을 맞추고 아침 5시반쯤에 일어났으나, 밤새 모기에게 뜯겨 잠을 못이룬데다 이상하게 예감이 불안해서 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여 느긋한 여행을 하기로 결정. 다시 취침에 빠졌다가 8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섰다.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해장도 할 겸 메뉴는 콩나물 국밥으로 선정. 지도에 나온 설명만으로는 협소하고 북적댈 것 같았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아기자기해서 깜짝 놀랐다. 가게 앞 간판 주변에 벤치가 있어 사진찍기에 좋았지만 전부 인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패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지만.. 전주 한옥마을에서 일본어가 써진 컵은 그야말로 아이러니>
메뉴는 콩나물 국밥과 모주가 전부. 콩나물 국밥을 시키면 수란이 함께 나온다. 전라도 하면 양념이 세기로 유명해서 - 부모님이 전라도인-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짜고 맵지는 않다. 일단 추운날씨와 해장에는 만점이었던 메뉴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도, 한옥마을이라기보다 70~80년대의 어느 뒷골목 같다>
<은행나무정자>
<어진박물관, 뭘 봤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빨간색과 녹색의 보색대비, 고풍스러운 멋이 난다>
<그리 넓지 않은 대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인물 사진들은 전부 예쁘게 나왔는데 배경만 뽑자니 어색하다>
아침을 어중간한 시간에 먹고 돌아다닌 탓에 배고픔은 아닌데 뭔가가 먹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바로 디저트 타임이 돌아온 것. 전날부터 옴붙은 액운을 쫓고자 단팥죽을 시켜보았다. 단 걸 별로 안좋아해서 본인은 모과차를 주문했는데 이곳의 단팥죽은 단맛이 적고 부드러운 식감에 견과가 더해서 고소해서 그야말로 진미일품. 너무 맛있어서 친구의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반 이상을 빼앗아 먹은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또다시 먹고 싶은 단팥죽>
배를 채운 후, 수십바퀴는 배회한 것 같은 한옥마을을 뒤로 하고 다른 곳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안내 지도를 보고 산책로를 찾던 중 그나마 교통편이 쉬운 영화마을을 경유한 노송천 코스를 선택했다.
<굿바이, 한옥마을>
영화마을은 사실 별 볼것 없었다. 전주 영화제 열리는 시기가 아니면 그저 영화관들이 밀집해있는 골목에 불과한 듯. 오히려 노송천 갈대밭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진찍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지만 불운하게도 카메라 이상으로 폰카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주로 인물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풍경사진은 별 볼일 없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광합성하면서 쭈욱 갈대밭길을 따라 걷고 싶었지만 적당히 타협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영화의 거리에 있는 월페인팅 포스터>
<햇살에 반짝반짝, 바람에 살랑살랑>
이 이후는 별 볼일 없었다. 공원이라고 찾아간 태평문화공원은 삭막하고 썰렁하기 그지 없었고 중앙시장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냥 남대문 시장같았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모주를 사려고 계획했던 우리는 시장에 도착해서야 모주는 한옥마을 내에서만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울행 버스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버스를 타려다 배차시간이 서울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오직 모주를 사기 위해 택시를 집어타고 한옥마을로 달렸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경찰마(馬)를 발견하고 와와 소리를 질러가며 사진을 찍었다. 말쉼터는 한옥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데 전날엔 비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말에게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다 시간을 보고는 또 부리나케 달려가 모주 6병이 들어있는 한 상자를 샀다. 한두병으로는 왠지 아쉬울 것 같아서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무리 좀 했다. 또다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서울행은 전주행보다 훨씬 더 막혔다. 5시 20분에 출발해서 10시 반쯤에 도착한 것 같다. 휴게소 여자화장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버스가 정차하는 15분을 화장실 줄서는데 다 쓰고 긴박감으로 달려서 돌아가야했다. 배고파서 뭐라도 사먹고 싶었지만 도착시간도 기약이 없는데 남은 시간이 괴로울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알차지 않은 여행이었다. 비는 쏟아졌고 다음날 예정마저 취소되서 정처없이 돌아다닌 느낌. 하지만 여행의 질은 누군가가 판단해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족한다면 그걸로 된거다. 친구와 함께였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전통가옥도 질릴만큼 봤고 자연도 느꼈다. 여행이란 건 그런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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