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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미야자와 켄지) - 2. 활판소

 

 *** 이 포스팅은 저작권이 소멸된 원문을 보고 본인이 번역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

개인 번역이기 때문에 오역에 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보는 환영합니다.

 

2. 활판소

 

조반니가 학교 문을 나설 때 보니,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같은 반 아이들이 캄파넬라를 둘러싸고 교정 구석의 벚꽃나무 근처에 모여있었다. 오늘밤에 있을 별 축제에 파란 등을 준비하고 강물에 띄어보낼 하눌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반니는 손을 크게 흔들고 성큼성큼 학교 문을 나섰다. 마을은 집집마다 오늘밤 별 축제를 위해 둥글게 말아놓은 주목 잎을 매달거나 편백나무 가지에 등을 켜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조반니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을을 세번 돌아 한 활판소로 들어갔다. 그러자 입구 바로 앞 계산대에서 헐렁한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이 인사를 했고, 조반니는 구두를 벗고 올라가 막다른 곳에 있는 커다란 문을 열었다. 아직 낮인데도 안에는 전등이 켜져 있었고, 차르륵 차르륵 소리를 내며 많은 윤전기가 돌고 있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천조각으로 머리를 묶거나 전등을 거는 등 마치 노래를 부르듯 무언가를 읽고 세면서 한가득 일을 하고 있었다.

 

조반니는 곧바로 입구에서 세번째 높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그 사람은 잠시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더니, '이것만 맞춰줄 수 있겠니?'라면서 한장의 종이 조각을 건넸다. 조반니는 그 사람의 테이블 다리 근처에서 작고 평평한 상자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너머의 전등이 가득 켜져있는 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마치 좁쌀알 정도 크키의 활자를 작은 핀셋으로 차곡차곡 주워담기 시작했다. 파란 가슴판을 한 사람이 조반니 뒤쪽을 지나쳐가면서, "여어, 돋보기, 빠르네~."하고 놀리듯 말하자, 근처에 있던 4,5명의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고 소리 없이 차갑게 웃었다.

 

조반니는 여러번 눈을 비벼가면서 활자를 차곡차곡 상자에 주워담았다.

 

6시가 조금 지나, 조반니는 활자를 가득 담은 평평한 상자를 다시 한번 손에 든 종이조각과 비교해보고, 아까 그 사람에게 가져갔다. 그 사람은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반니가 인사를 한 뒤 문을 열고 계산대가 있던 곳으로 나오자, 아까 그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역시 묵묵히 작은 은화를 하나 조반니에게 건넸다. 조반니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기세 좋게 인사를 한 뒤 계산대 밑에 놔둔 구두를 들고 바깥으로 뛰어나가 기운차게 휘파람을 불었다. 빵가게에 들러 빵 뭉텅이 하나와 각설탕을 한봉지 사자, 조반니는 쏜살같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