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 처음엔 그냥 손님인 줄 알고 - 종종 책 선물할껀데 추천 좀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그런줄 알고 - 듣고만 있었는데 어째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나에게 주는 책이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냥 주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얼핏 보니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다. 한때 원서를 다 사모을 정도로 좋아했지만 이미 끊은지 6~7년이 다 되어가는 작가다. 작가의 이름을 보기만 해도 '아...'하고 쌔한 느낌이 다가왔다. 나에게 어떤 사이트를 아냐고 묻더니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나가버렸다. 근처에 동료가 아무도 없을 때 주고 간 거라 객관적인 판단과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
나중에야 책을 둘러싼 띠지를 보았다. '모든 사랑은, 숙명으로 향한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들려주는 기적의 러브송'이라니... 아아.. 읽기만 해도 낯간지러운 이 문구는 사랑고백용으로 딱 좋기는 하겠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후속편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내용이 뻔히 보인다랄까... 그러고보니 이메일의 서명이 아직도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한 구절이다.
'정말 마음에 든 사람끼리는 언제나 이런식으로 술래잡기를 한다. 타이밍은 영원히 맞지 않는다. 그러는 편이 낫다. 둘이서 운다고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다. 둘이서 웃는다면 몰라도. ' -from 하치의 마지막 연인 by 요시모토 바나나
그런데 또 어떤 블로거는 '키친' 다음으로 꼽는 책이라고 한다. 나도 바나나의 책 중 '키친'을 능가할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암리타'가 좋긴 했지만 그 이후론 그냥그냥 그러다가 바이바이를 하고 말았는데 그 블로거에 의하면 그동안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은 월등히 완성도가 좋다고 한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한다. 정글만리 1권을 다 읽어가는데 2권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읽을까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나저나 정글만리는 문장의 수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 라기보다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세 권을 한꺼번에 산 걸 후회하는 중이라는 게 함정 -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던 지라 새 책의 유혹이 한층 더 강해진다. 흠...
기왕 주신 책이니 감사히 잘 읽겠지만, 이 일이 일하는 곳에서 생긴 일이라 앞으로도 피할 수도 없다는게 가장 큰 약점인게 걱정이다. 우려하는 일만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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