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영화에도 관심이 있긴 했지만.. 요즘 통 영화를 보러 갈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급친해지고 있는 책으로 만나보았다. 반갑구려.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역겹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최악의 영화로 뽑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름 책을 재밌게 읽었음에도 그 '역겨웠다'는 표현에는 동감한다. 특히 '성상납'에 관한 내용이라든가, '배설'에 관한 내용에서는 읽으면서도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최근 '나는 전설이다'를 비롯해 '해프닝'등이 이유모를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냈다. 어찌보면 참 무책임한 '이유모를 원인'으로 시작해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백신을 만들어내 인류를 구해냈고, '해프닝'에서는 다행히 자연이 인간을 용서해주어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되돌려 받는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맥카시 원작의 '로드'도 바이러스는 아닐지언정 '이유모를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인류 존속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할런지도 모른다. (물론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과 기타등등 다른점도 많겠지만) 어찌되었든, 원인모를 어떤 질병 혹은 현상에 의해 인류종말을 겪게 될 것이라는 공포심을 자극하는데에는 다를바가 없다.
맥카시의 원작소설을 읽고 나서는 허무해서 죽을것만 같더니, 막상 또 이런 소설을 읽고나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심보가 생긴다. '우주전쟁'에서는 뜬금없이 우주생물들이 알아서 죽어주질 않나, '해프닝'에서는 양껏 죽여놓고 느닷없이 용서해주더니 급기야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는 아무런 원인규명도, 해석도 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사건을 배제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런 주장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도 인류를 위협하는 사건을 벌여놓고 아무런 해석조차 없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참..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건담에서 로봇의 메카니즘을 대충 얼버무리고 인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슬레이어즈에서 마법을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인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아무래도 화가 나지 않을까? (뭐, 이건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나오는 '예'일 뿐이다;) 즉,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듯하게 된 위에 인간이든, 본성이든 이야기가 성립되어야한다는게 내 주장이다.
그 이야기는 그쯤 해두고.. 그 혼돈의 와중에 성상납이라는 것도 참.. 읽기 역겨웠고.. 심지어 가겠다는 그녀를 막지 않았던 의사가 너무 비겁해서 몇대 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도 의사는 말도 안되는 욕정에 몸을 맡기고 만다. 그 부분은 정말 이해 불가능이었다. 모두가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여전히 눈이 보이는 그녀 옆에 있으면서 이성을 잃지 않았던 그가, 그런 욕정에는 단 한줌의 고민도 없이 죄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심지어 후반에서는 오리발을 내밀며 내빼기까지 한다. 욕정에 이성을 놓기 전에 '왜 너만 보이느냐' 화라도 한번 냈다면,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저 못난사람..이라며 타박은 할지언정 밉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군자인척은 다 하면서 아내에게 혹독한 상처를 남긴 그 남자를 어찌 용서해야하는 걸까. 또 의사의 아내는 어찌 그리도 담담할 수 있었던 걸까. 그녀도 눈물을 흘리고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그녀는 언제나 천사같이 단아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을 죽일때도.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할때, 과연 인간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주변인물들은 추악하게 변해갔어도 주인공은 추악함은 커녕 마치 천사와도 같은 자비로운 인물로 그려낸건 아닐까.. 영화를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책을 읽은 느낌은 이렇다..
p.s 생각해보니 '나는 전설이다'는 '레지던트 이블'과 같이 그냥 액션영화에 넣는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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