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1월 8일 7:00 P.M with Mom |
+ 개인적인 감상평 |
10월 초에 예매했었다. 느닷없는 워크샵 때문에 일정이 겹쳐 취소 수수료 10%를 내고 2일 공연은 취소...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8일 공연으로 다시 예매를 했다. 모녀지간을 다룬 연극이기에 '엄마와 딸' 이라면 20%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엄마와 대학로 나들이를 나갔다. 허리 디스크에, 무릎 관절 수술 덕에 장애 판급까지 받아 걷기가 힘드신데 나는 내 습관대로 계단을 찾아 다녔다. 자주 같이 외출이라도 했더라면 엘리베이터가 어디있는지 정도 알 수 있었을텐데 그것도 몰라 한참을 찾아야만 했다. 참 나쁜 딸이구나 싶으면서도 순수하게 사과하지도 못했다.
사실, 엄마와 연극을 본 이유는 좋은 취지는 아니었다. 극중 엄마역인 '델마'의 대사 중, "미안해, 네가 내껀 줄 알았어.."라는 대사를 보고 우리 엄마도 보면 뭔가 깨닫지 않을까 하는, 순전히 '엄마 계몽'의 목적의식이 있었다. 엄마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종종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가족을 챙기지만 고맙다기보다는 오히려 갑갑함에 숨이 막혀 올때가 있다. 그런 엄마가 이런 연극이라도 보면 뭔가 좀 느낄까 싶긴 했지만, 뭐, 내 기대가 크긴 컸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엄마 또래가 꽤 눈에 보였다. 엄마와 딸도 많았고, 아줌마들끼리 오손도손 와 계시기도 했다. 공연보는 내내 혹시나 우리 엄마나 다른 엄마들이 훈수를 둔다던가 하는 일들이 생길까 걱정을 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훈수를 두고 말고.. 관객이 끼어들 틈이 없는 흐름이었다.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앞쪽줄의 한 아줌마가 펑펑 울고 있는것도 보였다. 나도 종종 흐르는 눈물을 훔치곤 했지만 극이 끝날때까지 엄마가 반응하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대로 엄마는 딱히 감동을 받은것도 아니오, 딱히 재밌었던 것 같지도 않았던 듯 했다. (언제나 그렇듯 인과관계 무시하고 이해불능이셨을 수도 있지만..)
대학로를 빠져나와 인파를 피해 일단 동네로 돌아왔다. 삼거리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 들어가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셨다. 할까 말까 고민하던 그 문제에 대해, 힘들었지만 겨우 입을 떼었다.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조금은 이해를 해주는 것 같아 그게 고맙고, 그냥 안심이 됐다. 연극 보여줘서 고맙고, 덕분에 나들이 했다며 웃었지만 사실 그 나들이가 엄마에게 정말 즐거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은 또 내 멋대로만 했으니까.
그래도 걱정이 됐는지 불쑥 어제는 내 방에 와서는,
"아무리 그래도 그 연극 결말은 좀 아닌거 같아. 그렇게 끝내면."
라신다.
알고 있다. 내가 혹여나 제시와 같은 결론을 내릴까 겁이 나셨던 것일꺼다. 불손한 목적에서 보여준 연극인데, 새삼 엄마한테 걱정만 끼친것 같아 조금 미안하다.
여기서 끝을 내려고 했더니, 공연 내용은 하나도 안적었다. 이런......
손숙, 서주희씨 캐스팅의 공연을 봤다. 앞에서 세번째줄 정 중앙 자리였기에 자리에 불만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손숙씨의 소리가 작게 들렸다. 목상태가 안좋으신건지 뭔가.. 잠긴듯한 목소리.. 그게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부족한 듯한 느낌.. 나문희씨의 '델마'가 보고싶어졌다. 서주희씨는 생각보다 체격이 있으셨다. 포스터 사진만 봤을땐 가녀리게 보였는데 의외여서 놀랐다랄까... 그래도 기대했던 만큼 감정표현을 발산해주셔서 만족했다.
'제시' 그대로인듯한 표정... 외롭고 인생에 낙이 없는 그녀..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나를 동화시켜버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객석에 앉아 그녀와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감되지는 않는 내용이었다 제시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두 모녀의 감정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연 두 사람은 그렇게 해서 모든 감정이 해소가 되었을까.. 카피와도 같았던 "미안해, 네가 내껀 줄 알았어.."란 대사는 조금 느닷없는 상황에서 터져나왔고 극이 후반으로 흘러감에 따라 나는 극과는 동떨어져가고 있었다. 뭐라 꼬집어 이 부분이 이렇다, 저렇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극과 동화되어 펑펑 울지는 못했던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인듯...
p.s 자살하더라도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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