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차마 들고 다니면서 읽기 쪽팔려 한권은 집에서 자기 전에만 펼쳐보았고, 이 '레몬'이란 책은 주로 통근시간에 애용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틀만에 반 가까이 읽어버렸고, 주말에는 회사 워크샵이 있으니 그 전에 다 읽고 새 책을 빌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도 읽어버렸다.
원제는 '분신(分身)'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焚身'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아서 '레몬'으로 바꾸어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서적이나 영화가 수입되어 올 때, 이런식으로 제목이 바뀌는 경우들이 종종 혹은 자주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가 어떤 식으로든 줄어들어버리니까이다. 번역본을 읽고 어떤 부분이 불만이라는 점은 없지만, 이런 경우들 때문에 역시 원서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같아선 원서로 읽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요구될 것 같다.. 후..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길을 되돌아와서...
마리코와 후타바.. 모든 사실을 알고나서 그들이 겪었을 고뇌를 생각해본다. 마지막에 나는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모체가 세상에 이미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상대는 같은 나이 또래이니까 쌍둥이든, 소울메이트든 그렇게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마리코와 후타바도 그랬다. 하지만 모체는 이야기가 다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선가 갑작스레 나타난 또 다른 자신. 아키코가 받았을 충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렵고 증오스럽고 혐오스러웠다는 그 말.. 분명 나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중요한건.. 아키코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스스로가 만들어낸거라면 그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하지만 이 경우에 그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어느날 갑자기 심한 당혹감에 시달려야했을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이니 뭐니 하는 말들은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입장에서 옳은것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그른것일 수 있다. 후타바와 마리코에게는 살아갈 자격과 권리가 있지만, 아키코에게 그녀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앞으로도 그래주었으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생명은 고귀한 것이고, 존중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책임감 없이 말 할 수 있는 대사이다. 막상 그 생명으로 인해 희생을 감당해내야할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생명이 사라지던지 자신이 사라지던지 하는 일생 최대의 위기인지도 모른다. 다들 마리코와 후타바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아키코에게 마음이 간다. 뭐, 이런 시각도 있다는거다.
아는 분은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자꾸 실패를 한다며 울상이지만, 난 이 '레몬'이란 소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읽고 있는 '방황하는 칼날'이 조금 위험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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