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너무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것일까... 꾸준히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다 읽고 나서도 무언가 개운치 않은 소설이었다. '세상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진 두 부자의 눈물겨운 이야기는 많은것을 생각하게 했지만, 어떤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분명 예전엔 이런 종류의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무료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도 참,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긴 했다.
묘사가 너무 길고 꾸밈이 많게 느껴졌다. 언제부터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을 선호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얼마 없는 대사도 " " 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 책의 문장들은 초반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읽어가면서 익숙해지긴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스펙터클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현재 영화화 되고 있는 작품이어서 캐스팅을 보니 샤를리즈 테론이 나온다 하여 그녀의 캐릭터는 언제쯤 나오나... 하며 아버지와 아들, 그 이외의 사람이 언제쯤 등장하나.. 그것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책의 요점을 헛짚고 있었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에도 무언가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 계속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너무나도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한 사람이기에, 이야기 속 상황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경우에도 그렇고, 아버지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분명 내 자식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순식간에 꺾여버렸을 것이다. 몇번의 과오를 범하기는 하지만 아버지는 참 현명하고 용감했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꿋꿋히 살아남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는 나보다 100배, 1000배는 용감한 사람이다.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보는 이에 따라 작은 희망을 보는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봤을때는 그렇지 못하다. 자칫 우울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가는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본질.. 사람이란 왜 살아가야 하는가.. 철학적인 사색으로 빠져들면 우울해질 수 밖에 없는 주제다. 일본의 만화 '최종병기 그녀'와 '드레곤 헤드'를 연상시키는 결말.. 그 두 만화를 봤을때 느꼈던 공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지 나조차 모르겠는 그런 느낌.. 어찌해도 해답이 없는 이야기 속 현실들... 깊은 감상에 빠져들기 전에 얼른 새 책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약간의 코믹이야기이니 분출구를 찾지 못한 나의 감정이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레몬(분신)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08.10.29 |
---|---|
[도서] 남쪽으로 튀어 - 오쿠다 히데오 (0) | 2008.10.28 |
[도서]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0) | 2008.10.17 |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0) | 2008.10.17 |
[뮤지컬] See what I wanna see (0) | 2008.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