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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원래는 기욤 뮈소의 구해줘란 소설을 읽고 있었다. 오빠가 회사의 문화생활비로 산 책인데 재밌다길래 '그래, 그럼 나도 읽어봐야지'하고 야심차게(?)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러나 한 챕터만 읽어도 알 수 있는것이.. 이 책은 나와 맞지 않는 부류의 소설이란 것이었다. 그때 마침 조PD가 그 책을 막 다 읽은 참이어서 '구해줘'는 이해할 수 없어!란 주제로 의기투합해버렸다. 나름 비슷한 취향인것 같다며 조PD가 추천해준 책이 바로 이,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구해줘'따위는 방구석에 쳐박아 버린 나는 이 책을 단숨에 1/3까지 읽어버렸다. 문장이 꾸밈이 없고 간결해 꽤 읽기 쉬웠다. 연극 '푸르프'와 일맥상통하는 수학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에도 끌린 덕에(물론 수학을 잘하든 못하든 이 책을 읽는데에는 상관이 없다.) 시간 나는 틈틈히 나는 책을 붙잡고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빌린지 약 3일만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결론을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나름 반전이었던 덕에 눈물 한방울 찔끔 흘려주셨다. 일만 잘 풀렸어도 주인공은 천재 수학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살아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결국 음지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아까운 인재들이 그렇게 세상에 버려져간다는 사실이 비통하기도 하다.

딱히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거나 하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흥미진진하고 즐겁게(하지만 비탄스러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읽기에 습관을 들이고 싶을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요즘엔 TV나 컴퓨터를 자제하고 일주일에 한권씩은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이 바로 그 스타트 지점이었다.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작가를 찾기란 쉬운일은 아니지만 일단 한명은 찾아낸것 같아 기쁘다. ^^

최근에 일본에서 이 소설이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후쿠야마와 시바사키의 조합이라.... 원작 소설에서 느낀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하나도 맞아 떨어지는게 없어 의아스럽게도 하지만 뭐, 스타급 연예인을 캐스팅한것으로 보아 원작에 충실하기보다 흥행 위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런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다고 일본에서 자국영화가 흥행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기 때문에 쓸데없는 짓을 한거지만. 그래도 일단 영화를 보긴 봐야겠다. 흠흠.
+ 지금 일본 공식 웹사이트를 보고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캐릭터 이미지가 너무 안맞는다 싶었는데 예고편을 보니 더더욱 헷갈리기만 했다. 알아보니... 책에 나오는 물리학자가 주인공이었다. 이미 이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있었던 거였다.

'갈릴레오'

제목은 익히 들었지만 후쿠야마와 시바사키의 조합에 왠지 내키지 않아 보지 않고 방치했던 드라마였다. 설마 설마 용의자 X의 헌신에 조연으로 나온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주인공 이시가미를 처참하게 조연으로 내몰다니... 왠지 분하다... 게다가 원래 형사는 제쳐버리고 왠 신입 여형사가 물리학자와 콤비를 이루다니.... 아.. 분하다....; 영화 보기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