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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도서] 구경꾼들 - 윤성희

 

 

 

초반에 아무생각 없이 무심하게 읽었다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나'의 입장에서의 관계적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나오고 할아버지가 나오지만 아버지의 대사에서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아버지가 된다. - 이 부분도 뭔가 헷갈리지 않은가? - 그런 부분을 예상하지 못하고 읽다가는 머릿속이 꼬여버리는 설정이라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시간에 쫓기듯 틈틈히 읽었던 탓에 인상깊은 문구를 따로 적어두지 못했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소설에 대해 느낀 점만 간단히 적겠다. 제목과 표지에서 어쩌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상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그냥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놓았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일상적인 소설은 재미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 -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 우리는 주인공 가족의 일거수 일수족을 지켜보는 구경꾼이 된다.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별 것 아닌 일도 궁금하고 신기하지 않은가. 사람들이 남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그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주인공인 '나'에 동화되어 가족의 이야기에 푹 빠지고 만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문체가 전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가족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닥쳐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다. 큰 삼촌은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가족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던걸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 가족이 전혀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소설의 특성상 사건과 고난, 위로와 해소가 필요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생각한 것보다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뚜렷한 기승전결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죽는다고하더라도 '가족'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니, 명확한 결론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본다.

 

친구의 가족사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해주고, 슬픈 일은 함께 슬퍼하며 남의 가족사를 구경해보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