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이든 빌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빌어라. 그러고 나서 용서든 벌이든 받아. 그 시기 놓치면 영원히 용서 못 받아. 잘해 봐야 , 용서하는 척이나 모르는 척할 뿐이지.- p233 |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아이. 하긴 일단 인정을 하게 되면 책임져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럼 그건? 그럼 그 애는? 그럼 그 선생님은? 그럼? 그럼? 그럼? 도대체 누가 미연에게 인간 평가를 허락한 것일까? 자신이 노린 모습을 위해 왜곡하고 변형해 억지로 짜맞추는 이상한 평가. 대단한 인간 평가사가 아닐 수 없다. 위도 아래도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뼈를 추려 스물네 시간을 고아도 시커먼 육수만 우러날 것 같은, 뼛속까지 시커먼.... - p220 그래 상근 같은 아이가 꼭 있다. 적당히 챙겨주면서 이쪽저쪽 다 발을 담그는 아이. 혹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화해나 용서를 권하는 아이. 화해를 받아들여야 하는 쪽이나 용서를 해야 하는 쪽의 억울함과 피해는 왜 무시하는지. 중재를 받아들이지 앟으면 그렇게 당하고도 속까지 좁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명료하게 판결할 자신이 없으면, 중재 그거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 중재의 탈을 쓰고 이쪽 저쪽 어느 쪽도 자신에게 더 이로운지 간을 보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는 빛이 없다. 검은 빛이든 하얀 빛이든 존재감 제로다. 필요에 의해 이쪽저쪽 두 발 다 담그는 것이겠다마는, 이쪽저쪽 역시 딱 필요한 만큼만 부르는 것이다. 전략상 win-win이 아니라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가운데서 가랑이 찢어질 수도 있을테니. - p221 |
<+개인적인 감상>
굳이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아도 완득이의 작가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저자의 문체나 구성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문장을 쉽게쉽게 풀어써 청소년들에게도, 평소 글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편하게 다다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문체의 특징이 너무 뚜렷한 작가들은 쉽게 질린다는 다점을 가지고 있다. 연속해서 몇 권이고 읽게 만드는 매력은 부족하다.
완득이와 가시고백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함이 생겼다.그녀의 책은 내용도 좋고 교훈도 있고 무엇보다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어른들의 시각은 아닐까?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라면 '결국 주인공은 개과천선하여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간과해버릴만한 -물론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은 원래 천성이 나쁘지 않으나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으로 규정되어버린 소년이었지만- 도덕책을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성품이 문제인가? ㅎㅎ
+소설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본인이 이 소설을 읽은 시기가 하필 영화 '26년'의 예고편이 나돌던 때라 그에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을 발췌해보았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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