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언(言) 변에 절 사(寺), 시(詩)는 말의 사원이지요. - 1권 p236 |
어떤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의 사람이 아니다. 문장은 한 인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불치의 병이다. 단어와 구두점들은 몸 여기저기에 세균과 바이러스처럼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문장들은 뼈에 새겨지고 세포 속에 스며들고 자음과 모음은 혈관을 타고 흐른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는 뇌세포를 물들이고 영혼을 재구성한다. 그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돌아가서도 안 된다. - 1권 p220
과거의 잘못을 다시 곱씹을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새 출발하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돌이켜 볼 수 있고, 과오를 찾아야 잘못을 인정할 수 있고, 잘못을 인정해야 용서를 빌 수 있으며, 용서를 빌어야 용서받을 수 있고, 용서 받아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권 p288 |
<+개인적인 감상>
실존 인물인 윤동주 시인이 일본군에 의해 투옥되었을 때를 기반으로 하여 허구를 더한 소설이다. 처음엔 고리타분한 느낌이었다. 국어책에 나옴직한 문장들이었고, 윤동주의 시를 읽다보면 왠지 수능 준비를 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시달려서 좀처럼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문장 한줄, 단어 하나하나가 고결하게 느껴져 급한 마음에 단어에 새겨진 의미조차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넘겨버린 듯한 느낌에 자책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윤동주의 고결함을 따라잡지는 못할지언정 몰래 그 뒤라도 밟을 수 있게.
소설에서 윤동주는 이 세상에 없을 것만 같은 완전무결체로 묘사된다. 그 어떤 핍박에도 그의 영혼은 고결하였으며 무시무시한 냉혈한조차 아군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공포심이나 무력이 아닌 문장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 최대의 적이었던 스기야마조차 그의 시와 문장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어떻게 보면 문장으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말이 허무맹랑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어떤 문구 하나에, 책 한 권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충격을 받거나 인생의 가치관이 바뀐적이 없는지 말이다. 나에게는 '연금술사'라는 책이 그러했다. 한참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우연히 읽게된 그 책은 나에게 '오아시스'를 향해 전진할 것인지, 물러설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불치의 병'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그 책을 읽기 전의 사람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미 머리에 들어온 그 고민을 지워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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