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라는 것을. 그래서 또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겨우 우리가 애초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 2권 p153 |
살다보면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다들 서로 아는 농담을 주고 받는데 나만 그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기분, 그래서 왠지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 다들 주변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홈경기를 치르는데 나 홀로 야유와 적대감에 둘러싸여 어웨이경기를 치르는 기분, 다들 당구장 1번 다이에 모여서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신나게 죽빵을 치는데 나 혼자 구석자리에서 사구를 치다 종이 난 기분, 그런데 당구장 알바가 쌩 까고 커피도 안 갖다주는 기분, 개새끼! 분명 눈도 마주쳤는데... 하는 기분, 그래서 이 세상 전체가 나를 따돌리기 위해 음모를 꾸민게 아닐까 하는 그런 더러운 기분 말이다. - 1권 p291
꿈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야. 꿈을 꾸는 동안에는 그 꿈이 너무 간절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나면 별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거든. 그러니까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정말 창피한 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때 내가 원한 건 네가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거였어. - 2권 p109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건 그래서일까?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려놓은 세계와 현실세계가 그토록 달라서? 약한 자를 보호하고 싶지만 보호할 수 없고 악당을 물리쳐야 하는데 누가 악당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것도? 그래서 그토록 가슴이 답답하고 헛헛했던 걸까? 상상과 현실의 세계가 충돌하느라? 삼촌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그 상상의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화산이 솟구치듯 무언가 안에서 치밀어 올랐다. - 2권 p170 |
<+개인적인 감상>
고령화 가족이 비극에서 시작하여 작은 희망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면, 이 작품은 희극으로 시작하여 극적인 비극으로 치닫는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소설은 실패담'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극중 인물들은 처참하게 실패를 반복한다. 그 실패들이 너무 아프고 아파서 마지막의 작의 희망이 씨앗이 희망인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시기적으로 의도치 않게 '그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자주 접하고 있다. 그래서 기분을 더욱 우울해진 것 같다. 그의 소설엔-본인이 읽은 소설만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극적인 반전은 없다.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난 뒤에 커다란 행복이 찾아오는 일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누구는 친구의 한순간의 심술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누구는 상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여 범죄자가 되어 투옥된다. 그 뒤에는 죽음과 낙인이 있을 뿐이다. 사람마다 해석하는 시각이 다르기에 현재의 나로서는 소소한 해피엔드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의 소설은 안읽기로 했다. 풍자와 해학은 이미 내가 겪고 있는 현실세계에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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