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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가디언즈(Rise of the Guardians)

오랜만에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랄까요.. 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고 그 표현이 그 표현이어서 통 재미를 못느꼈더랬습니다. 지난 주말 뭐 볼만한 게 없을까 하던 중 주변의 평이 좋기에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CGV에서 처음으로 4DX로 관람 했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은 충분히 돈 들여서 4DX로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디언즈의 경우 주인공들이 날아다니며 전투를 하는 장면이 많은데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니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보는 내내 신이 나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네요. 또 한가지, 바깥 날씨가 추운 요즘은 실내에 들어가면 너무 열기가 후끈해서 더울 지경이잖아요. 저도 처음에 극장에 들어서자 마자 공기의 온도가 너무 후끈하고 꿉꿉해서 기분이 나쁠 정도였어요. 가만히 앉아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아마 영화에 집중도 못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해져서 나왔을거에요. 그런데 가디언즈 4DX는 날아다닐때 여기저기서 바람이 쓩쓩 불어대서 덕분에 시원하더군요. 비누방울도 퐁퐁~ 그런데 전투 장면이나 구르는 장면 등에서 의자가 쿡쿡 쑤셔대는데.. 그건 좀 싫어요. 특히 엉덩이는 자제해주었으면.. ㅋㅋ

 

저는 3D안경을 쓰고 보면 좀 어지럽고 기분이 나빠져서 되도록 3D 영화는 피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만은 보길 잘 했다 싶어요. 영화보실 분들에게 기왕 보실꺼면 4DX로 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래 캡쳐사진은 오래된 RPG게임 화면을 연상시켜 별로 기대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극장에서 3D로 보면 다르다는거 아시죠? ㅋ

 

이제 애니메이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출처:다음 영화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느 날 호수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됩니다.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그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것은 오직 달이 알려준 '잭 프로스트(Jack Frost)'라는 자신의 이름뿐이었습니다. 잭 프로스트는 이름에도 나타나있 듯 무엇이든 얼려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설을 내리게 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게 해주고 눈싸움을 하며 즐겁게 뛰어 놀 수 있게도 해주지만 아무도 그를 보거나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인되어 있던 피치, 즉 부기맨이 탈출을 하면서 가디언즈에게 비상이 발동됩니다. 제일 먼저 위험을 감지한 산타는 이스터 버니, 잠의 요정 샌디, 이빨 요정 투스등을 불러모아 의논을 하기에 이르릅니다. 달의 그분은 잭 프로스트를 새 가디언즈로 임명할 것을 명하는데... 과연 잭 프로스트는 이 네 명의 가디언즈들과 힘을 모아 부기맨을 처치할 수 있을까요?

 

 

 

산타의 썰매를 타고 즐거워하는 샌디

 

개인적으로는 잠의 요정 샌디(Sandy)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 캐릭터만 보면 왠지 좀 못생기고 뚱뚱한 별 볼일 없을 것 같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와 대사 한마디 없이도 표정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어찌나 귀엽던지.. 그런데 마지막에 인사하는 걸 보니 두손을 모아 합장을 하더군요. 잠의 요정은 동양계인걸까요? 하핫.

 

베이비 투스

 

산타의 일을 돕는 고깔 요정

 

샌디 다음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 것은 역시 귀여운 요정들이었습니다. 처음엔 징그러웠는데 베이비 투스는 볼 수록 그 성품에 정이 가요. 고깔 요정들은 처음엔 슈퍼배드의 캐릭터를 연상시켜 귀여웠는데 이 녀석들도 의외로 한 성깔 해요. 성질 부리는 시크한 매력. ㅋ 이 외에 산타의 아지트에서는 설인들도 함께 일을 돕는데요, 산타의 변덕에도 불구하고 요정들처럼 화를 내기는커녕 열심히 일을 하고 당하기만 하던 순진무구한 설인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또 이스터 버니를 도와 스스로 온몸에 단장을 하고 출동하는 다리달린 달걀들도 보는 재미를 더하는 숨은 보물!

 

왼쪽부터 잠의 요정 샌디, 이스터 버니, 산타클로스 놀스, 이빨요정 투스, 잭 프로스트

 

 

이빨 요정 투스(Tooth)는 왜 그런 차림인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요정>이라는데 포인트를 맞춘 거겠죠? 그나저나 사람의 치아는 <이빨>이 아니라 <이>라고 해야하는데, 그렇다고 번역할때 <치아요정>라고 하는건 어색하고.. <이 요정>도 뭔가 거부감이 들고.. 어쩔 수 없이 이빨 요정이라고 했을거란 생각은 들지만 잘못된 사용법인 것은 지적을 하고 싶네요. +_+ 목소리를 연기한 아일리 피셔(Isla Fisher)라는 배우는 잘 모르는 배우였는데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정>이라는 느낌이 와닿는 통통 튀는 목소리였다랄까요..

 

이스터 버니(Bunny)는 작았을 때가 더 귀여운 거 같아요.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면 귀여워져야하는데 왜 포악해지는걸까요. 훗.. 그 덩치를 해서는 잭이 캥거루라고 해도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 같긴 해요. 거친 이미지의 휴 잭맨(Hugh Jackman)을 기용하기 위한 책략..??

 

산타클로스인 놀스(North)는 이탈리언이나 멕시칸계열의 배우가 연기한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알렉 볼드윈(Alec Baldwin)이었네요. 안경을 안가지고 가서 자막이 안보일까봐 걱정하며 때아닌 고3 영어듣기평가를 해야하는가를 걱정하던 저에게 일찌감치 포기라는 것을 알려주었네요. 저는 인디언 영어도 못알아듣지만, 모던 패밀리의 글로리아를 연상시키는 놀스의 영어도 못알아듣겠어요. 헛헛..

 

주인공인 잭 프로스트(Jack Frost)는 사실 그 존재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 새로웠습니다. 이스터 버니는 한국에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서양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큰 행사이고, 부활절이 되면 즐비하게 토끼 모양 초컬릿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걸 봤지만서도 잭 프로스트는 영화에서 처음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주인공으로 발탁이 된 걸까요? 어렸을 땐 눈이 오고 세상이 새하얗게 뒤덮이면 마냥 즐거웠지만 지금같아서는 외출할 일이 걱정이기만 한 걸 봐서는.. 잭 프로스트는 어른들에겐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아요. 아,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좋아하겠군요. ㅎㅎ

 

마지막으로, 가디언 임명식에서 놀스가 잭을 따로 불러 <너의 중심은 무엇이지?>라고 묻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이자,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겉모습이 어떻든 그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 그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를 자각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 주장이 더 나아가서 전세계의 아이들에게도 외치는 거죠. 네가 믿는 다면 남이 뭐라해도 그것은 존재하며 네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아간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뜻까지도 내포하는 거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연인끼리도 좋고, 친구끼리도 좋고, 가족끼리도 좋은.. 그야말로 전체관람가에 딱 맞으면서도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다시 한번 적극 추천! 전 나중에 DVD를 다시 볼 때 의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왠지 서운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