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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디오북] 걸리버 여행기 - 조나단 스위프트 (Gulliver's Travels-Jonathan Swift)

 

생각해보면 고전의 제목은 많이 알았지만 그 내용을 상세하게 아는 건 별로 없었다. 그 유명한 장발장(레미제라블)도 <장발장이 가난에 찌들려 빵을 훔치다 붙잡혔고, 어찌어찌하다가 은촛대를 또 훔쳤는데 신부님의 자비로 반성하게 됐다.>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전체내용의 1/4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걸리버 여행기는 약 16년에 걸친 이야기이며 그동안  총 네 나라를 여행했고 소인국은 그 첫 번째 이야기에 불과하다.

 

걸리버의 풀 네임은 래뮤얼 걸리버, 외과를 전공했으며 여행을 위한 항해술 등 틈틈히 이것 저것을 배웠다. 그리고 결혼 2년 만에 사업이 기울면서 외과의사 자격으로 배를 타기로 결정한다. 1699년 5월 4일, 걸리버는 항해를 시작한다. 이때 폭풍우로 배가 난파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소인국 릴리퍼트이다. 걸리버가 15센티에 못 미치는 작은 사람들에 의해 밧줄로 꽁꽁 묶여있는 장면은 이미 유명하다. 

 

 

"작은 사람들은 도둑질보단 사기죄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기죄는 언제나 사형으로 처벌됐다. 몇 가지 주의를 하면서 보살피기만 하면 도둑질로부터는 물건을 지킬 수 있지만 비상한 간교함에 대해선 정직하다는게 아무런 보호막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고 파는 신용거래가 계속 이루어져야하는데 만일 사기가 허용되거나 관대하게 용서를 베풀어 징계하지 않으면 정직한 사람들은 언제나 손해를 보고 나쁜 사람들이 이익을 보게 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릴리퍼트는 가장 인상적인 사회였다. 위 내용처럼 그들의 법률과 관습에서 사회의 비리를 비꼬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척이나 동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보이스피싱까지 난무하는 우리 사회도 저 법을 적용시켜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 나라는 대인국 브롭딕넹이다. 여기까지 기억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배가 난파하여 우연히 브롭딕넹에 도착하게 된다. 6미터에 다다르는 크기의 사람들 사이에서 졸지에 소인이 되어버린 걸리버는 구경꺼리로 전락하고 만다. 왕비의 호의로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왕은 사실 걸리버를 조금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영국이란 나라에선 온통 법을 악용하고 왜곡하며 회피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있고 이들에 의해 법이 가장 잘 설명되거나 해석되고 있으며 실제로 적용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려줬노라. 삶의 많은 부분을 여행에 바친 그대는 그대의 조국이 저지른 많은 잘못들로부터 벗어나 있다고 짐은 믿고 있노라. 그대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볼 때, 그대의 민족 대부분이 세상의 표면에 기어다니는 생물들 가운데 가장 유해하고 밉살스러우며 작은 벌레들의 모임인 것으로 짐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노라."

 

이미 릴리퍼트에서 심히 감명을 얻은 이후여서인지 브롭딕넹 이야기에서는 크게 느끼는 바가 없었다.

 

세 번째 나라는 천상의 섬 라퓨타이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라퓨타[각주:1] 가 전부였기에 이 파트를 들으면서 흠칫 놀랐다. 과연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은 적이 있었는지 의심을 할 정도로 여기서부터의 내용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이번에는 해적선을 만나 배에서 버려져 표류하다가 어떤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떠있는 천공의 섬 라퓨타를 보게 된다. 내용 중 라퓨타의 외양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하늘을 나는 섬은 정확히 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지름은 7503미터, 두께는 270미터였으며 면적은 만에이커였다. 밑바닥은 평평한 모양의 철판이었고, 철판위엔 몇 가지 광물들이 차례대로 덮혀있었다. 윗부분은 3~4미터 두께의 흙으로 덮여있었다. 라퓨타에서 가장 흥미롭고 그 섬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는게 있었다. 그것은 무척 거대한 천연자석이었다. 자석의 굵기는 3미터나 되었다. 자석은 무척 강한 철석으로 만들어진 축에 의해 지탱됐다. 그 축위에서 자석을 움직이는데 아주 정확하게 균형이 잡혀있었다. 천연자석을 이용해 섬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었고 다른 장소로 섬을 옮길 수도 있었다. 그 나라의 국왕이 다스리는 지역에서 이 자석의 한 쪽 끝은 미는 힘을, 다른 쪽 끝은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당기는 힘을 가진 자석의 끝부분을  땅을 향해 세우면 섬은 내려간다. 반대로 미는 쪽을 아래로 세우면 섬은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자석의 운동에 의해 섬은 국왕이 다스리는 여러 영토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후반 럭넥과 글럽덥드립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인 스트럴드블럭에 대해 듣고 있자니, 반지의 제왕 골룸의 기원을 듣고 있는 듯했다. 전부 새로운 이야기 뿐이라 라퓨타 부분만 들어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네 번째 나라는 말의 나라 휴이넘이었다. 이야기상에서는 걸리버를 통해 가장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일 듣기에 거북했다. 말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반인반수의 말을 상상했으나 그냥 일반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듣는 내내 불편했는데, 아마 그 나라에서 인간이 역겨운 미개한 동물에 지나지 않으며 동물인 말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서로 이해하면서 현실에 대한 지식을 구하기 위해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걸 말한다면 그 목적은 실패한 것이지. 왜냐하면 내가 그를 올바로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고 지식을 받아들일 수도 없으니까. 그건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거야." 

 

휴이넘에서 추방당해 거의 5년 만에 다시 인간을 만났을 때, 걸리버는 인간에 대해 '야후들과 함께 살기보다 차라리 혼자살며 고생하는게 더 나아.'라며 두려움과 증오심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1715년 12월 5일 영국으로 돌아오며 여행을 끝마친다. 그 후로도 한참을 인간을 미개하게 여기는 것이 영 마뜩지 않았으나, 인간의 부패함을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니 참을 수밖에..

 

 

 오디오북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컨텐츠 자체는 훌륭하다. 질 높은 성우분들의 낭독과 연기도 마음에 들고 적절한 사운드 효과도 좋았다. 친구에게 권유도 했었고 손수 결제를 해서 선물한 적도 있다. 나는 오디언의 스마트폰 전용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아이폰을 이용한 결제 자체 문제가 있어 문의를 해야했고, 결국 웹상에서 결제를 해야만 했다. 문제는 스트리밍의 불안정성이었다. 3G를 이용할 때 뿐만이 아니라 Wi-fi를 연결해서도 심하게 자주 끊겼고 다음 챕터로 이동할 때는 되돌아오는 문제도 발생했다. 운동할 때나 뜨개질을 할때 듣기엔 매우 유용해서 접속불량에도 불구하고 몇 달간은 유지를 했지만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레미제라블을 들으려고 수십번을 시도해봤으나 단 한번도 재생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뿐. 걸리버 여행기는 무료 팟캐스트를 통해 들었다. 다운로드 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상태가 유료 서비스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아무리 컨텐츠가 훌륭한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오디언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를 계기로 고전 다시 읽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전혀 기억이 안나는 책들은 '다시 읽기'라고 명명하기에도 부끄럽지만. 핫핫!

  1. 「ラピュタ」という名称はスウィフトの『ガリヴァー旅行記』に登場する、空を飛ぶ島にある王国「ラピュタ王国(en:Laputa)」からとったもの。劇中に空飛ぶ島の物語を空想した人物としてスウィフトの名前も出てくるが、名前の借用以外は『ガリヴァー旅行記』との関連はない。(라퓨타라는 명칭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에 있는 나라 라퓨타왕국에서 따온 것. 극중에 하늘을 나는 섬 이야기를 공상하는 인물로 스위프트의 이름도 나오지만 이름의 차용이외 걸리버 여행기와 관련은 없다.)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