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사진 출처 : 다음영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지난번과는 다른 영화 리뷰를 작성합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장발장의 이야기는 레미제라블의 서장에 불과합니다. 그 뒤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넘버도 그대로 사용하구요. 그래서 뮤지컬을 보신분이라면 매우 익숙하시리라 생각되요. 다만.. 뮤지컬을 안 보신 분, 특히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께는 절대 비추합니다. 이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이루어지기보다는 (아마도) 전체의 90%가 노래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I dreamed a dream, On my own등과 같은 멜로디의 노래가 아니라 노래도, 대사도 아닌 알 수 없는 멜로디가 많아요. 캐스팅만 보고 기대하고 갔다가는 남자분들은 욕을 퍼부을 수도 있어요. 예전에 스위니토드를 같이 본 남자사람은 짜증난다고 불평에 불평을 계속 쏟아내며 징징대더란.. 한 가지 더, 레미제라블은 런닝타임이 무려 158분이니 절대 졸릴 때는 보지 마세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군데 입니다. 첫번째는 지난번에도 포스팅했던 '민중의 노래'부분 이구요, 두번째는 앤 헤서웨이(Anne Hathaway)가 맡은 판틴의 'I dreamed a dream' 독창부분입니다. 이 노래가 유명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고.. 앤 헤서웨이의 연기력 때문입니다. 그녀는 다크 나이트 때까지만 해도 제게는 그냥 섹시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 중 하나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 독창 부분은 가슴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더 있어요. 직장에서 쫓겨나고 딸 코제트에게 보내 줄 돈을 구하기 위해 사창가의 나락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이 장면은 그녀의 감정이 한 층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굉장히 타이트하게 찍고 있는데요, 컷을 여러 번 나누기보다 롱테이크로 보여줍니다. 감정이 너무 격해서 조금은 과하다고도 느껴질 정도... 생각해보면 이 장면 말고도 각 인물들의 가장 중요한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들은 대부분 롱테이크, 타이트 컷이었던 듯 하네요.
앤 헤서웨이만큼은 아니지만 주인공인 장발장 역의 휴 잭맨(Hugh Jackman) 도 인상 깊었어요. 19년 동안 옥살이를 해서 몰골이 거지같다해도 휴 잭맨은 휴 잭맨이에요. 역시 멋진 그 몰골.. ㅋㅋ NEW 꽃거지 ㅋㅋ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Samantha Barks)는 찾아보니 뮤지컬 콘서트에도 등장하더군요. 뮤지컬에서 영화로 캐스팅된 모양입니다.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잘 해서 만족스러워요. 바보같은 마리우스는 왜 좋아해서 목숨까지 내던지는지.. 슬퍼요..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나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는 생각보다 존재감이 미미했어요. 자베르는 좀 더 원칙주의자적인 완고함이 드러나길 바랬지만 저에겐 그 감정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네요. 코제트의 사랑스러움도 마찬가지구요.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는 원작에서도 한심한 녀석이었지만 영화에서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 본인의 주체성이란 게 미미하여 포스팅 생략합니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발군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와 사챠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의 테나르디에 부부입니다. 이 둘은 각종 밉상 짓으로 짜증을 유발시키지만 개성만점 독특한 역할임에는 부정할 수 없을 듯!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얼핏 들은 바로는 촬영과 동시에 노래 녹음이 이루어 졌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설마 싶기도 했는데 사실이었네요. 관련 클립이 있어 링크해봅니다. 노이즈 없애려 애쓰는 음향 담당자들 고생이 많았네요.. ㅠㅠ
장발장 이야기 외에 레 미제라블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면 뮤지컬을 미리 보고가는 것도 좋지만 당장은 무리일테니.. 콘서트로 노래라도 한 번 듣고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전 보고 와서 들었더니 노래가 더 좋아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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