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갔더니 모두 고향에 내려가고 극장으로 몰려들어 예술의 전당 자체가 한산하고 좋았다. 어짜피 전시는 22일로 끝이 났고 감동보다는 불만이 조금 더 많았던 전시이므로 길게는 쓰지 않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의 부분시연 영상이었다.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안가는 제작 방법을 실제 시연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는데, 프라 안젤리코의 성모마리아의 대관식이라는 작품의 일부를 재연하여 금박을 입히는 장면은 신기해서 몇 번이고 보고 말았다. 유화는 조금 익숙해서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도 부분 시연 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 카툰의 한 장면처럼 활용된 영상의 색상이 감각적이어서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 외의 작품들은 단순이 디지털 액정 안에서 줌인, 줌아웃만을 할 뿐이어서 오히려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세심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과하게 줌인을 해버려 아예 형태가 뭉개지는 것들도 많았고, 삼면이 그림으로 채워진 전체 영상은 해상도가 떨어져 전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눈이 피로해져 내가 전시회에 온 것인지 TV 액정을 사러 온 것인지 싶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조금이나마 영상작업 일을 했던 탓인지 웬만한 영상테크닉은 성에 차지 않았던 개인적인 이유도 지루함의 한 요인일지 모르겠다. 게다가 줌인을 해도 붓터치가 느껴지기는 커녕 도트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그럴바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해도 붓터치와 질감이 살아있는 원본을 보는게 훨씬 즐겁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 전시회였다.
단순하지만 그래도 역동감 있는 이런 영상은 전시장 밖에만 존재한다. 전시장 안에서는 주구장창 줌인-줌아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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