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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화이 - 스토리보다 배우가 매력적인 영화

'아버지, 왜 절 키우신거에요?"

 

화이의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왠지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예상이 된다. 한 마디로 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추천할 이유를 찾는다면 그건 바로 짜여진 틀 안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엄청난 카리스마이다. 포스터 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연기파 배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겠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한 명씩 감상평을 말해보자면...

 

조진웅의 조금 모자라보이는 연기는 그 중에서도 참 인상 깊었다. 그동안 봐왔던 남성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이 아닌, 순진무구하면서도 변태적이고 여리면서도 위협을 가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였다. 술에 취해 여자들 희롱하던 모습이나 운전하는 화이 옆에서 변태적인 조언을 아낌없이(?) 하는 장면은 솔직히 비호감이었지만 조진웅의 캐릭터 소화력은 출중했다. 위에 포스터 사진의 표정이 압권이다. (근데 이제 봤는데 손연기는 좀 NG인듯)

 

장현성은... 멋졌지만 캐릭터 변신이 없는 언제나의 모습이어서 딱히 코멘트 할 것이 없다. (미안합니다;;;)

 

김성균은 '이웃사람'에서 소심한 살인자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대범하고 비열하고 또라이 기질을 가진 칼잡이이다. 총보다는 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르고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히죽히죽 웃는 얼굴에서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떠올랐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롤모델로 삼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해준이란 배우는 유일하게 잘 모르는 배우였다. 포스터에는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머릿속에 각인된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초반 장면에서 좀 더 집중력있게 볼 수 있었던 듯하다. 안경을 쓰고 모범생처럼 차려 입은 그 모습은 '전차남'같은 쑥맥 이미지였다. 그러나 본색을 드러내서부터는 스타일링도 달라지더니 '살인'을 즐기는 악마같은 캐릭터로 변신했다. 스타일링만으로도 극과 극을 표현할 수 있는 외모를 가진 배우.

 

 

김윤석은 사실 그동안 봐왔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크한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든 듯. 화이에 대해서 가장 무심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화이에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보여지기도 했다. 후반에서 화이에게 자신을 투영시켰왔던 심리가 좀 더 표현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그래도 존재 자체만으로 뿜어내는 아우라는 역시 대단하다.

 

여진구는 음, 영화계를 이끌어나갈 이 청소년을 위해 장차 '본 시리즈'라도 하나특대형으로 제작해줘야하나 싶을 정도로 액션도 훌륭히 소화해내고 비주얼마저도 받쳐주니... 누군들 이 배우에게 사랑에 안빠지겠나 싶었다. 요즘 현빈이나 서인국 등을 비롯한 남자배우들이 턱이 없이 뾰족하고 얄쌍한 라인이라 위화감이 드는데 여진구는 어린 나이인데도 얼굴에 굵은 선이 있어서 좋다. 이대로 키만 좀 더 자라준다면 모든 역할과 여배우들에 대응할 수 있을 듯. 이 영화에서는 분노와 애증, 순수함에서 복잡미묘한 슬픔까지 정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만 했던 역인만큼 여진구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을 들고 이렇게 해맑게 웃다니... ;;

 

영화의 후반에 가서 아쉬운 점들이 속속 보였는데, 이 영화에서 병원이란 곳은 보안이 뻥 뚫려 있는 곳이다 못해 인적조차 없는 어디 외딴 섬 같았다. 주인공들이 총을 들고 걸어다니고 온 몸이 피로 물들어 돌아다니는데도 그들을 막거나 보고 도망치는 사람조차 없다. 그런 장면이 한번이었다면 몰라도  그 이상 반복되면 그냥 편의에 맞설정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초반의 드라마적인 느낌이 점점 사라지고 액션에 치중하다보니 너무 화면에 멋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윤식과 여진구의 애증을 좀더 디테일하게 보여줬다면..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아.. 갑자기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ㅠㅠ)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은 눈 여겨 보시길. 엔딩 세필화의 느낌도 꽤 좋았다. 다만 전체적인 그림과 비교해봤을 때 김윤석과 여진구의 메인 그림은 사진을 가공한걸 적절히 섞은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후 보너스 영상이 있긴 한데... 사실상 없어도 그만인 장면. 놓쳤다고 후회할 것 같진 않으니 꼭 봐야한다고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