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었다. 제목에도 썼지만 B급 영화라는 걸 인정하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였다. 다만 제작사가 CJ, 감독이 하정우라는 기대감에 A급 영화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실망감과 불편함을 한꺼번에 안겼을 수도 있겠다. 극중 영화제목이라든가, 항공사의 이름 등등만 봐도 B급의 냄새가 뿡뿡나는게... 한 마디로 줄이자면 내게는 '잘~ 만든 캐릭터쇼 B급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할 스토리도 별로 없으니 캐릭터들을 훑고 지나가는 걸로...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재밌었지만 리뷰를 쓰려고 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지금도 고민하느라 엄청나게 시간을 투자 중.. =_=; 구성면에서 조금 아쉬웠던건 후반에 가서 조금 질질 끄는 느낌이 있다는 것. 이야기가 한참 고조되다가 마무리가 되는구나 싶었을 때 끝내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지루했다. 캐릭터들의 향연도 볼장 다 봐서 그 뒷이야기는 궁금하지 않게 된 것. 그래도 시간 때우기로는 나쁘지 않으니 보실 분들은 보시오~
정경호가 맡은 마준규는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로 인기를 얻은 한류스타이다. 영화 때문이라며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한 마디로 개념이 없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맡았던 역할이 철부지 스타였었다면, 롤러코스터에서는 그 캐릭터가 나이를 먹어 세상의 때가 탄 느낌이다. 욕을 맛깔나게 잘한다는 김용건의 평에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건만.. 그의 욕은 사실 그다지 찰지지는 않았다. 후반에 매니저로 나오는 고규필씨가 쏟아내는 욕의 향연에 비하면 어설프게 흉내내는 수준. 그가 진정한 육두문자맨이 되기에는 아직 연륜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왼쪽부터 김예랑, 고성희, 김재화
김예랑, 김재화는 입은 거칠지만 노련미 있는 스튜어디스다.(이제는 플라이트 어텐던트라고 해야하나?) 뭐랄까 싸가지는 없는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특히 둘 사이에 끼어있는 고성희는 일본인 스튜어디스 미나미토역을 맡았는데 처음엔 나도 진짜 일본인 혹은 재일교포인줄 알았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것 치고는 일본에서 '천연'이라고 부르는 뭔가 한 박자 느린 듯한 멍 때리는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김병옥이 맡은 스님역할도 인상에 남는데... 그도 그럴것이 영화 내내 시스터의 '나혼자'를 목탁으로 연주하며 부르시는데... 너무 잘어울린다... 하하하.. 스틸컷도 마땅한게 없고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 이 노래가 비장의 무기인가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NG라고 생각했던 배역. 배우 손화령분께는 미안하지만 역할에 매치가 안 되서 보는 내내 조금 거슬렸다. 그동안의 배역들이 기억에 남아서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스타일링이 본인과 맞지 않아보였다. 목소리 톤도 그렇고.. 좀 더 샤프한 이미지에 성격있어 보이는 배우였다면 좋았을 것을..
개그맨 김영진씨를 연상시키는 표정..!
시키지 않아도 굳이 온갖 밉상짓을 하는 꼴불견 캐릭터. 쓸데없는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웃음과 갈등을 유발시키는데 그 중 몇 가지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설정이었던 것 같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굳이 면도를 한다던지 하는..
영화 후반에 기장이 기내의 흡연을 허락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 황당했다. 그래서 잠시 딴지걸기!! 기장의 말은 비흡연자 혹은 혐흡연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에게는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한 대의 담배는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의 공포와 함께 환기도 안 되는 곳에서 수십대의 담배연기를 맡으며 불쾌한 기분까지 맛봐야하는 사람들은 어때야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_=
한편, 알고보면 재밌는 까메오 향연. 얼굴을 디밀어 준것은 아래 세 명과 김포 관제사 역할을 맡은 개그맨 강성범이다. 모두 얼굴이 유명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까메오치고는 정말 다들 너무 연기가 평범해서 인상깊지는 않은게 흠이라면 흠. 인천 관제사 역할은 감독인 하정우가, 제주 관제사 역할은 오광록이 맡아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다. 오광록은 누가 들어도 오광록 목소리지만, 하정우는 자칫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까메오로 나온 마동석, 김성수, 김성균
써놓고 보니 너무 두서가 없다. 요즘 정신이 좀 없기도 했고, 이 영화에 대해 딱 부러지게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에잇, 더 이상 시간 잡아먹는건 싫으니 이만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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