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는 한참 됐는데 바쁘다고 미루다보니 이제야 리뷰를 작성하는 나농씨... 이 영화를 비롯해 버틀러와 어바웃 타임도 이미 관람완료를 했으나 리뷰는 적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함정... 너무 인상깊은 영화여서 시간 들여 쓰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내팽개쳐 지고 만 비운의 영화들.. 미안해요... 흑흑..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잠깐 봤을 때는 굉장히 우울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친구 하나 없던 아이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고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같은 학교 학생의 장난질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속은 아이의 자살. 이 에피소드만 듣는다면 SNS의 폐혜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얽혀있다. 인터넷 채팅으로 개인정보를 빼앗겨 금전적 피해를 입은 부부의 이야기, 그리고 온라인으로 성(性)을 파는 미성년자와 그를 취재하는 방송기자의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그들은 모르는 접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소통(Disconnect)에 관한 이야기를 연결(connect)지어 보여주는게 바로 이 영화의 묘미?!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세 가지 에피소드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였다. 감정이 터지는 그 부분들을 슬로우로 교차편집해서 보여주는데 더 큰 사건으로 번지는 건 아닌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전조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정말이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서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 EP1. 아들 곁에 있어주기보다 자살 원인을 파헤치는데 여념이 없는 아버지
▲ EP1. 페이스북으로 가짜 신상을 만들어 속인 제이슨, 그리고 자신이 아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 EP2. 부부간 소통의 부재가 불러온 참사. 인터넷 채팅은 위로를 준 대신 재산을 빼앗아갔다.
▲ EP.3 가출 소년 카일은 포주 밑에서 불법 인터넷 채팅으로 성인방송을 하며 하루를 연명한다.
▲ EP3. 미성년자 불법 성매매 문제로 카일을 취재하는 방송기자 니나 던햄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잊고자, 위안을 얻고자 온라인에 매달리곤 했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알지 잘 못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 바로 온라인이었다. 말로는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도 키보드를 통하면 생각보다 쉬이 활자가 되어 상대방에게 전해졌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그래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연결통로가 바로 온라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접 대화하는 일을 줄여갔다. 만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이메일을 통하고,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문자와 카톡으로 대신하며 실체를 멀리했다. 어느새 실제로 알고 지내는 사람보다 온라인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 중에는 '내가 알고 있는'것과는 많이 '다른 누군가'가 존재했다. 가족보다, 주변 친구보다 더 의지하고 믿었던 사람이 '허상의 존재'라면 이제 당신은 누굴 믿고 의지해야는걸까. 허상에 익숙해져 정작 실체에는 다가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 중 하나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이제 온라인은 더이상 위로를 기대하기 힘든 공간이 되었다. 정치적 또는 상업적 홍보로 이용도구가 되었고, 의미없는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로 허세를 부리는 광고도구가 되었으며, 일회용 섹스를 사고 파는 매매도구로 전락했다. 물론 여전히 긍정적 효과도 남아있다. 예를 들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안녕들하십니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공유같은 일 말이다. 다만 예전에 비해 사람들의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에 대한 신뢰는 단언컨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SNS를 끊은 지 약 1년, 종종 불편하기도 하고 외로운 것 같기도 하지만 허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지금에 나는 만족한다. 그나저나 영화 리뷰를 쓰겠다고 해놓고는 결국 영화 내용보다 테마에 대한 감상만 써버렸다. 그만큼 뭐,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자기 합리화를 하며 리뷰를 마친다. 뿅.
+p.s) EP3에 나온 바로 니나역의 배우가 낯이 익다 했는데 알고보니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였다. 머리 색이 다르다고 못 알아보는 걸 보니 이제 나도 늙었나보다. =_=; 이름만으로는 누군지 모르겠다, 싶으면 영화 '오블리비언'과 '섀도우댄서'를 떠올려보라. 이 세 영화 전부 분위기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못알아보는 것도 당연하다며 일단 자신의 못난 인지능력을 합리화시켜 본다. 쿨럭.. 세 번째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공감이 안 가는 내용이었지만 그나마 안드레아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용의자 - 감독의 의욕과잉이 엿보이는 액션영화 (0) | 2013.12.26 |
---|---|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 (0) | 2013.12.24 |
[영화] 토르 다크월드 - 강추, 아이언맨처럼 진화중인 영웅 영화 (0) | 2013.11.14 |
[영화] 그래비티 - 살아남는다는 것 (2) | 2013.11.03 |
[영화] 롤러코스터 - B급인걸 인정하면 재밌는 영화 (1) | 2013.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