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을 때부터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게 만든 건 바로 영화 포스터였다. 출근길에 보이는 화면에 이 포스터가 붙어있어 매일같이 보고 있는데 합성이 너무 거지같아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의심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내 생에 공유가 저렇게 못나보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짧은 머리 때문에 합성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완성도를 보고도 대표 포스터로 선택한건 판단력 미스라고 생각한다. 굳이 새차를 끌고 나와 이 영화를 보자며 심야영화를 권했던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마 난 절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자체는 재밌는 편이다. 액션이 화끈하고 스케일도 크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구멍투성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소소한 구멍이야 모든 영화에 있는 거고 큰 구멍이 없다면 무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무난히 대중의 인기를 얻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고 하면... 보통 예상되는 호흡보다 액션씬이 길고 후반부 마무리가 과했다는 느낌. 이쯤에서 액션이 끝날 거라 예상하는 시간을 넘어가도록 액션이 진행되고 그게 또 같은 템포로 진행되다보니 점점 액션에 박진감을 느끼기 보단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또 그 액션씬이 디테일한가 하면 속도감을 위해 카메라를 역동적으로 찍느라 포인트 액션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공유가 딱히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지만 이 영화에선 특히나 두 세가지의 표정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냉철한 캐릭터인지라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란 건 알겠지만 그럼에도 캐릭터의 감정에 스며들기 힘들었다는 점, 박희순의 캐릭터에서는 확실히 표정이 읽혔다는 점과 비교하면 역시 연기의 문제였던게 아닐까 싶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난 정말 잘 우는 편이라 남이 우는 것만 봐도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절로 눈물이 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씬에서 공유의 눈물 연기는 그냥 '못났다..'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란 것. 생각의 여지를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싶었던 감독의 과도한 연출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사람도 후반부의 두, 세 씬들은 너무 설명적이라 필요없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오픈엔딩의 여지를 남겨두어도 되었을텐데 감독은 혼자서 결론을 다 내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에서 감정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건 주인공 공유가 아닌, 조성하와 박희순이었다.
공유는 액션과 누드 담당?
낯익다 생각했지만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그녀, 유다인. 나중에 찾아봤는데 그녀가 나온 작품 중에 본 게 하나도 없다.
응사의 위력이 생각보다 대단한가보다. 김성균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었지만 자꾸 삼천포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가 없다.
조재윤의 감초연기는 이 영화에 재미를 더해주는 유일한 플러스 요소. 껌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씹는 사람은 처음...ㅋ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요약하자면,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하기엔 좋은 영화, 다만 액션씬에 나름의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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