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톤, 미아 와시코브스카라는 라인업에 현혹되어 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실망감을 안겨 줄 수도 있는 영화이다. 드라마적 스토리가 딱히 없고 몽환적이며 묵시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심하게 졸릴 수 있다. 아침을 제대로 먹고 가지 않아 당이 떨어진 상태였던 나농씨도 중간중간 정신을 놓을뻔 했다는 후문...
사실 돈 존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차선택으로 본 영화였다. 그나마 큐레이터 프로그램이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게 이득이라면 이득이었고 내용에는 만족하진 않았지만 음악은 내 취향이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영화는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아담과 이브의 누워있는 모습도 같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화면으로 시작된다. (사실 화면이 너무 심하게 돌아가는지라 잠깐잠깐 확인할때만 빼고 눈을 감고 있었다. 화면 자체에 담겨있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색감과 함께 회전 속도가 애매하게 빨라서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아담, 그리고 모로코 탕헤르에 살고 있는 이브, 큐레이터 말에 의하면 몰락해가는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디트로이트이고, 떠오르는 대안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탕헤르라고 한다. 아담과 이브, 인류의 시초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주인공을 설정하며 지금까지의 인간의 삶을 목격해온 것과 맞물려 쇠퇴와 성장의 문화 간극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사실 아담이 이브에게 디트로이트를 드라이브시켜줄 때 영화 배경이 되는 시기에 대체 언제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그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도시파산 상태이고 그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오랜 시간을 살아온 뱀파이어들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오래된 예술가들이며 과학자들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온다. 그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만큼 재미가 떨어지는 구조.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볼 때도 그런 좌절감을 느꼈는데 이 영화도 그 보다는 못하더라도 확실히 자잘한 상식이 요구된다. 원거리 유령작용, 세익스피어를 둘러싼 소문들과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를 쓴 크리스토퍼 말로우에 대한 소문들, 주요 배우들이 모두 영국 출신이라는 점 정도는 영화 보기 전에 알아두면 더 재밌을 요소이다.
비주얼과 영화음악은 참 내 취향이었지만 영화 전체로 봤을땐 너무 단적인 현상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이야기를 너무 억지로 늘려놓은 듯한 지루함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단편 영화였다면 좀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 수도...라는 개인적인 의견.
참고로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거의 까메오 수준의 분량
영화음악을 담당한 SQÜRL의 음악과 Yasmine Hamdan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클릭
세익스피어에 대한 소문이 궁금하다면 클릭
원거리 유령작용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클릭 (어렵고 길다면 스크롤 바를 내려 '얽힘'이라는 부분만 읽어도...)
몇몇 해설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아래에 따로 적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이들'이 지칭하는 것은 과연 우리인가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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