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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

줄거리에 끌려 선택한 영화였다. 자비에 돌란이라는 감독이 주목받는 유망주인 것도 몰랐고 어떤 연출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예고편을 보면서 색감이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히 비대중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그것보다 좀 더 예술영화에 가까웠던 것 같다. 현실감을 살려 보여주기보다는 영상미가 부각되었고 순차적으로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느낌. 성전환에 대한 차별이야 기본적으로 비슷한 태도였지만 80~9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반응같은 것이 한국과 많이 달라 오히려 그게 신기했다. 영화적 해석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나올법한 반응과는 온도 차이가 있었다. 로렌스가 여장을 하고 학교에 간 첫 날, 카메라는 로렌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여준다. 근데 그게 커다란 놀라움이나 경멸, 혐오감이 섞여있진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단순히 시선을 떼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 좀 더 과장섞인 경악의 표정과 함께 혐오감을 내비치며 그를 피하려 하지 않았을까? 사실은 프랑스도 그랬는데 영화적 표현으로 승화시킨건까? 그 부분은 개인적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로렌스와 프레드의 관계는 그야말로 애증에 가까웠다. 프레드는 아이보다 로렌스를 선택했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의 곁을 지키지만 그런 희생이, 평범한 남녀커플로 살 수 없다는 사실로 표면으로 드러나며 점점 더 프레드의 숨통을 졸랐다. 결국 프레드는 로렌스를 떠났고 로렌스는 그녀를 잊을 수 없어 몰래 그녀의 삶을 지켜보곤 했다. 그 사실을 알게된 프레드는 다시 로렌스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데서 다시 곪아터지고 둘은 그렇게 다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재회는 뭔가 감정의 배터리가 전부 소모된 것 같았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야 누구에게 비할바가 아니었지만 더이상 둘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작별의 인사도 없이 둘은 서로에게서 도망치듯 말없이 떠나온다. 

 

 

 

 

블랙섬에서 두 사람만의 궁극의 로맨스(?)를 잘 표현한 장면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프레드가 거실 소파에서 물벼락을 맞는 장면과 프레드와 로렌스가 블랙섬의 길을 걸을때 하얀 눈길 위로 형형색색의 옷들이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말하면서 이 두장면을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감정상태를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은 이 영화를 소위 예술영화로 만들어버리는 결정적인 장면임과 동시에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충격도 선사해준다.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볼수록 매력 넘치는 배우 수잔 클레망 (앞으로 지켜보겠음 ㅋ)

 

 

예쁘고 과하게 여성스럽지 않아 현실적(?)이었던 로렌스의 여장

 

+ 평소 새로운 시도를 했던 영화들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소녀적 감성을 뿡뿡 풍기는 미소년 퀴어영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하는 영화. 새로운 연출적 시도에 관용적이고, 배우들이 예쁘지 않아도 연기력으로 그 배우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그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