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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잊혀진 삶의 의미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리해고의 위기에서 인생을 되새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해 본적 없음, 가 본곳 없음, 아직도 상상만 하고 계신가요?'라는 카피만으로도 알 수 있듯 영화 초반에는 월터를 굉장히 무미건조한 인간으로 묘사하는데, 사실 월터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월터는 모히칸 헤어를 하고 스케이트 보드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제법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싸그리 무시하고 월터를 소심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마도 영화의 극적인 변화를 위한 꼼수가 아닐까 싶다.

 

 

 

 

직장 동료인 셰릴에게 마음이 있지만 직접 말을 걸 수 없어 만남주선 사이트에서 그녀를 지켜만 보는 월터. 어느날 월터는 큰 맘 먹고 그녀에게 관심을 표시하기 위해 '윙크'를 보내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오류가 발생했다. 사이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하려하면서 이들의 인연은 끈질기게 이어진다.

 

 

 

월터의 직장인 라이프지는 인수합병으로 폐간의 위기를 맞이했고, 마지막 폐간호의 표지가 되야 할 사진작가 숀 오코넬의 사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로인해 이 사진을 책임지고 있는  월터는 해고의 위기에 직면하자 숀을 찾아나섰다. 주거지가 불분명한 숀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셰릴에게 말을 건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둘은 가까워질 수 있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이 영화는 중간중간 월터의 상상 속에서 보이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기를 권하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말은 바로 잡지 라이프사의 모토이다. 원래 영어 원문은 조금 더 긴데 영화에서는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라고 전한다. 각박해진 이 세상에 던지는 주옥같은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무엇보다 나는 이 부분에 더 진한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로 저게 바로 인생이야 하고 무릎을 탁! 치기엔 허무맹랑함도 없잖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우리들은 이런 영화를 보면서라도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월터처럼 하루 아침에 그린랜드로 날아가 상어와 몸싸움을 벌일 수는 없지만 세상을 보고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기 위해 한 걸음 내 딛을 수 있는 용기는 얻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벤 스틸러가 딱히 멋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중년의 매력을 뿡뿡 내뿜으며 매력 발산을 하시더란... 역시 남자는 중후한 매력인가...?!

 

+ 영화는 수다다를 보고 보충. 월터가 그린랜드로 날아가서 차를 빌릴때 빨간차와 파란차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단순한 웃음코드라고 생각했는데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한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을 제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빨간약은 '계속' 즉, 진실을 의미하고 파란약은 '중단' 즉, 현실에의 안주를 의미하는 것. 월터는 그래서 빨간 차를 선택하고 그로인해 월터의 삶이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