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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수상한 그녀 - 수상하지만 조금 지루한 그녀

개봉 당일이 마침 쉬는 날이라 부모님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심은경을 좋아하긴 하지만 모든게 예상되는 명절 가족영화이기에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안봤을 수도 있는 부류의 영화. 어쨌든 오랜만에 부모님이 즐길만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관람 후, 재밌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마음에 걸리는 점들이 있어 적어본다.

 


 

영화의 초반, 오말순 할머니가 수상해지기 전까지 이야기를 무겁게 끌고 가서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부모님의 감사함을 모르는 자식의 무염치함을 강조하는 장면들이었다. 친구끼리 보러갔다면 그냥 안타까움으로 끝났을 그 감정이 바로 옆에 부모님이 앉아계시니 굉장히 껄끄러워진 것이다. 내 부모님이 저런 장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염려스러웠다. 

 

어쨌든 오말순 할머니는 일종의 고부간의 갈등으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착찹한 마음으로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눈앞에 사진관이 보였다. 영정사진을 찍어둘 요량으로 들어간 그 사진관에서 '50년은 젊어보이게 해드릴께요.'란 사진사의 기분좋은 농담은 현실로 이루어지고 비로소 오말순 할머니는 수상한 그녀가 되어 가족코미디의 해프닝이 시작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젊어진 오말순 할머니는 동경했던 배우 오드리 햅번을 본따 이름을 오두리로 지어내고 머리도 햅번스타일로 변신하기에 이른다.

 

 

심은경이 나오는 장면들은 대체로 재미있었다. 가끔 과도한 설정으로 인한 어색함도 있었지만 '심은경'이란 배우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충분히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굳이 그녀의 모자람을 꼽자면, 가창력이다. 첫번째 곡은 정말 그럴싸했지만 순식간에 모두의 이목을 잡아끌만큼은 아니었기에 몰입도가 조금 떨어졌다. 영화상의 설정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모두가 칭찬을 쏟아내는 실력이 실제 관객이 느끼는 실력과 다르다면 그건 그냥 웃기는 설정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조금 쓸데없이 러닝타임이 길었 때문에 중간중간 지루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결과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코미디 요소가 지나고 나면 다시 지루함이 찾아온다. 부모님이 재밌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옆을 돌아보니 아버지는 졸고 계셨다. 나중에 어땠는지 물어보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줄거리의 이해가 힘들었다고 하셨다. 왜 그녀가 젊어졌는지, 왜 다시 그녀가 다시 돌아왔는지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우셨던 모양이다. 7번방의 선물은 그렇게 재밌게 보시고 눈물을 펑펑 쏟으셨던걸 보면 우리 부모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도 같다. 지루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부모님 세대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어쩔 수 없던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부모님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때문에 충분히 재미를 느끼지 못해 졸고 말았다는 이 사실은 이 영화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불러온다.

 

 

성동일의 '나홀로 진지모드'도 마이너스 요소. 차라리 응사처럼 웃길땐 웃기고 진지할 땐 진지한게 낫지 이 영화처럼 모두가 코미디를 하는데 혼자 정극인 것도 이상하다.

 

 

오두리가 된 오말순의 마음을 꿀렁꿀렁하게 만든 음악방송 피디역의 이진욱. 하지만 관객들은 이진욱보다 영화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한 박씨, 즉 박인환의 젊은시절 역의 까메오 배우를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가 되어버렸으니 숨겨봤자 무엇하겠는가. 그 배우는 바로 김수현이다. 젊은 박씨가 헬멧을 벗자마자 보인 여성관객들의 반응이란... 대세는 이길 수가 없나보다. 훗.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김슬기. 비중이 너무 작아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이런 점들은 개개인의 인식의 문제일 수 있으니 너무 참고하진 마시길.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심은경의 연기는 충분히 훌륭했고 재미있었으며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기엔 지금 상영하는 한국영화 중에 이만한 영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까칠하게 굴어 미안합니다..만 겨울왕국이 나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