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명량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터라 영화보기가 쉽지 않다. 군도는 아침 7시와 23시 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내가 보고 싶었던 다른 영화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도 내일부터는 극장가에서 사라지는 듯... 아쉽다.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이 관람했다. 즐거운 영화가 보고 싶었고 마침 이 영화가 그렇다고 하길래 줄거리도 모른채 예매부터 했던 것. 참 대책없지만 다행히도 이번 모험은 성공한 것 같다. 그동안 얽히고 섥힌 막장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소모가 많은 탓에 지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뭐랄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한 편 읽은 그런 느낌이다. 아멜리아와 비교한다면 다소 어두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초반에는 폴과 이모들의 모습이 고3 수험생과 극성부모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실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커다란 피아노, 두 이모와 그 지인들은 폴의 생일 선물마저 피아노 모형, 손가락 단련기 등 피아노와 관련된 것들만 골라왔다. 두 살때 부모를 잃은 후로 말을 하지 않는 폴에게 하루 스케줄은 댄스 반주, 피아노 연습, 공원 산책이  전부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401호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 볼따구니의 살을 보아 심통주머니를 가진 듯 보이지만 의외로 맘 따뜻한 아줌마.

 

 

프랑스 영화라 그런지 슈게트와 마들렌이 수시로 등장...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먹고 싶어졌다. 흠흠..

 

마담 프루스트를 만난 후로 폴은 일주일에 한 번 추억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던 장면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의 기억만큼 믿을만한 게 없다"

 

 '記憶は嘘をつく(기억은 거짓말한다)'라는 일본 신서에도 이런 말이 적혀있는데,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왜 기억이란 것을 100% 믿을 수 없는지 밝히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제각각 기억이 다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인 여러가지 정보들이 쌓여 기억이 바뀌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과학적이기보다는 판타지적으로 풀어가면서 폴이 가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보여준다.

 

내게도 단편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는데, 내가 마담 프루스트를 만났다면 아마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 같다. 50유로라... 추억값으로 싼 건지 비싼 건지 잘 가늠할 수는 없지만 어짜피 마담은 더이상 만날 수 없으니 고민해봐야 무엇하겠는가? 헛헛...

 

 

 

그나저나 두 이모가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과 너무 닮아서 깜놀... 그냥 외쿡인이라 얼굴인식이 안 되는건가?? 이미지 싱크율 100%로 보임!! 젊은 시절 배역은 다음 영화에 나오지 않아서 구글링을 해야했다.. IMDb에서도 사진이 안나와.....=_=; 폴 역할을 맡은 귀욤 고익스(Guillaume Gouix)는 분명 누굴 닮은 것 같은데 누구를 닮았는지 그 주체가 떠오르지 않아 포기...

 

왼쪽부터  Helene Vincent / Laetitia Poulalion / Bernadette Lafont / Elsa Davoine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경주 2박 3일 - 1일차  (0) 2014.09.16
[영화] 명량(The Admiral)  (0) 2014.08.05
[영화] 더 시그널(The signal)  (0) 2014.07.18
[도서] 구경꾼들 - 윤성희  (0) 2014.06.10
[도서]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0)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