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로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때가 아니면 또 다시 바빠질 것 같아 좀 급하게 떠난 여행입니다. 10일 밤부터 새벽에 걸쳐 인터넷으로 여행코스와 정보를 알아보고 아침 6시에 숙소를 예약하고, 경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숙소비를 계좌이체 했습니다. 평소의 저답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갑작스럽고 준비 안 된 여행 치고는 나름 즐거웠어요. 이미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가득하지만 혹시나 저 같은 분께 도움이 될까하여 여행리뷰를 작성해봅니다. 시간은 페북 체크인에 남긴 시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오차가 좀 있어요.
서울 to 경주 7:15 AM
새벽 5시까지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는 바람에 첫 차는 놓쳤어요. 준비 안 된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서 괜히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고 무섭더라고요. 혼자 여행을 안 다녀본 것도 아닌데 나이를 먹으면서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지는 듯. 고민고민하다 6시쯤 포스트잇에 '경주에 다녀옵니다'란 글귀를 남겨 냉장고에 붙여놓고는 가출 감행!
스마트폰에서 코버스 예약은 한 시간 이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7시 15분 차 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느라 새벽 내내 아무것도 못 먹고 나온터라 아침용 샌드위치를 사고 물을 사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숙소는 경주 게스트하우스 4인 도미토리로 2박을 예약해 둔 상태, 경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계좌이체를 해서 지불을 완료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는게 현장 가서 방을 구하는 것보다 3~4천원 싸니까 경비 절감하시려면 예약은 필수입니다. 같은 방을 썼던 분은 숙소에 와서 바로 지불을 해서 저보다 3000원이나 비싸게 내셨더군요.
▶ 길치를 위한 정보
지리에 약한 저는 경부터미널이 어딘지 항상 까먹곤 해요. 저같은 길치를 위한 정보를 남겨놓자면... 7호선 고속터미널에서 하차해서 1번 출구로 나가시는게 가장 빨라요. 가다보면 지하통로에서 표지판보고 따라가시면 된답니다.
선산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9:39
at 경주 고속 버스 터미널 11:26 AM
11시 가량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폰도 나도 밥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2샷 아메리카노를 원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나한테 묻지도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결제를 해버렸더군요. 취소하고 재결제를 하려다가 지쳐있었던 관계로 그냥 3샷으로 마셨습니다. 다음엔 그냥 안 넘어갈꺼에요. =_=
경주 고속터미널
경주 시외 버스 터미널 to 양동마을 12:30 PM
첫날 여행지로 봐둔 곳은 양동마을. 양동마을로 가는 버스는 많지만 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203번 한 대라고 해서 시간표대로 움직여야했어요. 저는 심각한 길치 & 방향치라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을 못보고 한 참 헤매다가 겨우 탔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타야하는지도 몰라서 길을 물었지만 경주는 역시 관광지답게 묻는 사람마다 타지역인... 그러니 지도를 참고하는게 빠를지도 몰라요. 버스비는 1450원이었던 듯. 신용카드에 내장된 교통카드로 찍어서 정확한 금액을 못봤는데 다음날 보니 버스에 전부 1450원이 찍히더군요. 서울이 1050원인걸 생각하면 상당히 비싸서 시내 안에서 이동할 때 버스를 타는 건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그라미 친 곳에서 타셔야 해요. 고속버스 터미널이면 아마 파리바게트 앞 정류소일 거에요. 저는 길 잃고 헤매서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탔습니다. 하지만 버스 시간표는 시외 버스 터미널 기준이니 그 점 감안하셔서 정류소에 가 계셔야해요. 모를 때는 지도에 보이는 터미널 관광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습니다! (+ 제가 확인한 노선 안내도에는 고속터미널이 없네요;)
at 양동마을 1:12 PM
입장료는 4000원입니다. 대부분의 유적지가 4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비싸다는 불평이 많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에 관련된 일본 팟캐스트를 들어서인지 저는 그냥 이해가 가더라고요. 이게 한 번 지정되면 일정 기준을 항상 지켜야하고 그 조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예산이 꽤 든다는 설명을 듣고나서는 불평하느니 이해하고 보는게 내 맘도 편하다 싶어 그냥 넘기게 됐어요. 커피 한 잔 덜 마시면 되죠. 근데 명박이 아저씨의 이름이 새겨진 저 비석을 보니 뭔가 내 돈이 어디 딴 데로 가는 게 아닌가 의심이.. ㅋㅋ
TIP. 매표소 다음에 검표소가 또 있습니다. 티켓을 바로 가방에 넣지 말고 검표소를 지난 다음에 넣으세요.
스마트폰 앱에 이런 것도 있어요. 해설이 필요하신 분은 시간에 맞춰 매표소 옆에 있는 '해설사의 집' 앞에서 기다리시거나 스마트 투어 음성 가이드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아이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진 않았고, 마침 해설사들의 점심시간이 끝난 13시라서 전 해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전세계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양동엔 양동벅스
해설은 마을 전경이 보이는 이 곳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마을을 한 눈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양동마을은 배산임수 뿐 만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갈 수록 넓어지고 높아지고 깊어진다고 합니다. 양동마을에 대한 세부사진이나 정보는 패스할께요. 어차피 다른 블로그에서 이미 많이 보셨을 듯. 카메라를 따로 가져가지 않은 저는 전부 아이폰으로만 찍어서 그닥 퀄리티가 좋지 않답니다.
마을 초입에서 보이는 전경
양동마을 지도
문화해설은 해설사의 집에서 출발해 양동초등학교를 지나 마을 전경을 보고 정충비각 - 관가정 - 물봉동산의 순서대로 진행됐어요. 물봉동산에 올라가면 향단이나 무첨당, 서백당 등이 멀리서 보인답니다. 30여분 간의 해설이 끝나면 여기서부터는 자유에요. 표지판이 많이 없다보니 저는 길을 엄청 헤맸어요. 지도를 보고도 왜 길을 못 찾니.... ㅜㅠ
관광이 목적이고 가능하면 많은 장소에 발도장을 찍고 싶은 분이라면 과감히 양동마을을 패스해도 좋을 것 같아요. 왔다 갔다 배차시간에 맞춰 움직여야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집이 그 집'인 그냥 시골동네로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역사를 좋아한다거나 자연 속에서 오래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합니다. 넉넉잡고 5~6시간 일정으로 오시면 여유있게 다 돌아다닐 수 있어요. 전 오후 1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1시 반에 해설 30분 듣고 구경하다가 오후 5시 차를 타고 경주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차 시간 맞추려다보니 몇 군데는 못봤어요. 충분히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쉬기도 하고 길을 헤매기도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더라구요.
또 자갈도 많고 언덕도 많기 때문에 운동화나 트랙킹화 신는게 발이 편할 거에요. 또 나무가 많고 풀도 많아서 당연히 벌레도 많습니다. 모기 기피제도 챙기셔야할거에요. 산모기는 한 번 물리면 엄청 가렵고 오래가요. 저도 몇 방 물렸음... ㅜㅡ
물봉동산에서 바라본 광경
양동마을 to 경주역 5:45 PM
아침에 샌드위치 먹은 게 전부여서 숙소 가는 길에 찰보리빵을 하나 샀습니다. 경주역에서 해오름식당을 지나 경주 게스트하우스 쪽으로 가다보면 조그맣고 심플해보이는 가게가 하나 나올거에요. 경주 시니어 클럽 행복가게라고 적혀있는 그 가게는 낱개로도 판답니다. 마지막 날에 선물도 거기서 샀으니 패키지 사진 따로 올릴께요. 찰보리빵은 딱히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식감이 보들보들 하고 너무 달지 않아 좋았어요. 참고로 주린 배가 채워지지는 않아요.
한 개에 500원
날이 너무 더워 땀을 많이 흘린 관계로 숙소에 들러 체크인을 했어요.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좀 쉰 다음에 7시가 되기 전에 안압지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어마무시한 꽃밭이 펼쳐져 있는데 저 멀리 첨성대가 보이네요.
첨성대 숨은그림 찾기
안압지(월지)의 야경
7:02 PM
야경은 해질녘에 찍어야 진짜 잘 나온대요. 그래서 저녁도 안 먹고 서둘러 갔는데 꽃밭에 정신팔려 사진찍다보니 이미 해가 졌더라구요. 안압지는 낮보다 밤에 오는 방문객이 몇 배나 된다고 해설사님이 그러더군요. 안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셀카 찍는건 좀 부담스러웠어요. 조명이 드는 곳에는 어디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구경을 다 하고 나와서야 해설사의 집을 봐서 아쉬운 마음에 해설시간을 물어보려고 갔어요. 낮에 다시 오게 되면 들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해설사님이 혼자냐면서 그렇다고 했더니 선뜻 밖으로 나오셔서 밖에서라도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관리하시는 분이 안 좋아할텐데 하고 걱정하시면서도 저를 위해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셔서 완전 감동.... 하지만 스마트 투어 가이드앱에도 안압지 설명 있으니 부끄럼쟁이들은 그걸 이용하시면 될 듯 해요.
TIP. 안압지는 두번째 전각에 가면 당시 안압지를 재현한 모형과 유물을 전시해 놓았는데요, 그 유물 안쪽으로 가면 조명이 얼굴에 비쳐서 플래시 없이 야경과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답니다. 이해가 되시려나..? 또한 첨성대는 첨성대 근처 말고 조금 떨어진 가로등 근처에서 첨성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야 얼굴과 첨성대가 모두 잘 나오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신라왕궁 영상관이 있어요. 9시 반쯤 이었는데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잠시 추위도 피할겸 여기에 들러 영상을 관람했습니다. 약 12분 정도 상영해요. 저녁시간이 아쉬운 분들은 이런 곳도 들러보시길. 물론 무료.
신라왕궁영상관
숙소에 돌아와 다시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다음날 여행 일정을 보고 있으니 룸메이트가 들어왔습니다. 두 달 동안 여행하신다고 하더군요. 하루, 이틀만 여행하고 돌아와서 몸살이 나는 저로서는 엄두가 안나는 여행이네요; 아무튼 이 분하고 이야기 하면서 둘째 날 여행 일정을 확실하게 짤 수 있었어요. 숙소에 거의 있지 않았던 관계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는데, 이 분은 주인 아저씨가 지도에 동그라미 치면서 일정을 쫙 짜주셨대요. 다음날이 마지막 날이라고 하셔서 정보 가득한 그 지도를 달라고 졸랐어요. 처음 경주에 올 땐 불국사는 아예 일정에 없었는데 이야길 들어보니 충분히 다 돌 수 있다고 해서 일정을 컨설팅 받고 행복한 마음으로 숙면했다는 훈훈한 이야기 ㅋㅋ
둘째날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양동마을 관람시간 4월~9월 9시~19시 / 10월~3월 9시~18시
해설시간 10:00~16:30 사이 매 30분 마다
입장료 \4000 (신용카드 가능) / 마을 수퍼에서는 현금 사용
203번 시간표
시외버스터미널 → 양동마을 6:20 7:30 9:15 10:30 12:30 13:45 15:30 16:50 18:45 19:50
양동마을 → 경주방향 7:30 8:45 10:40 12:00 13:40 15:00 17:00 18:30 20:00
안압지 관람시간 입장 9:00~21:30 퇴장 22:00
입장료 \2000 (신용카드 가능)
경주 게스트 하우스에서 걸어서 약 20여 분
첨성대 관람시간 4월~9월 9시~22시 / 10월~3월 9시~21시
입장료 무료
첫날 사용한 경비
승차권 서울 → 경주 현장발매 \20400
숙소 예약 1박 \15000 x 2박 = \30000
던킨에서 샌드위치 (아침) \2500
생수 \1000
3샷 아메리카노 \4000
터미널 ↔ 양동마을 왕복 \1450 x 2 = \2900
양동마을 입장료 \4000
선물로 산 전통약과 \5000
찰보리빵 1개 \500
안압지 입장료 \2000
북어국+삼각김밥 \1800
다음날 자전거 대여비 선불 \5000
총 \102,400
첫날 이동 경로
서울 경부(7호선 고속터미널역) → 경주 고속터미널 → 양동마을 →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 안압지 → 첨성대 → 게스트하우스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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