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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뮤지컬 라카지 (La cage aux folles)

 

캐스팅 : 정성화, 남경주, 이동하, 김호영, 윤승원, 도정주

 

 

지난 일요일 드디어 뮤지컬 라카지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아.. 이 얼마만에 보는 뮤지컬인가..(감동감동) 라카지라는 뮤지컬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그동안 계속 정성화씨의 공연을 놓쳤던 저로서는 그의 공연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감개가 무량한 느낌... 흑흑.. ‘거미여인의 키스’ 공연 때 최재웅님과의 호흡을 보지 못한 것은 진정 천추의 한으로 남으리..... 아아..

 

라만차 때는 2층 1열에서 관람했는데 조승우씨가 코딱지만하게 보였더랬습니다. 이번에는 VIP석 중에서도 나름 상석인 11열 가운데 자리에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LG아트센터에서 이렇게 배우님들 얼굴이 잘 보이는 곳도 있었구나, 여기가 VIP석이구나 하고 새삼 절감하니 눈물이 콸콸.. 약간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서도 배우님들 표정이 보여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전에 R석이었던 곳들이 점점 이름만 VIP석으로 바뀌며 가격을  올려가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 날 만큼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뮤지컬 라카지는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중년의 게이부부가 20살의 철없는 어린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내용입니다. 뻔한 스토리와 결말이지만 어떻게 춤과 노래로 풀어내는지 궁금해지는 것이 바로 뮤지컬의 매력이겠지요.

 

무대는 라카지 걸들의 춤과 노래로 시작됩니다. 주, 조연들에 가려 빛을 못 보는게 바로 앙상블이지만 이 분들이야말로 뮤지컬의 웅장함을 이끌어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지대입니다. 남자들이 힐을 신고 섹시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노력이 눈에 보여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라카지 걸들의 무대가 끝나면 드디어 앨빈이 등장하여 윤도현의 MUST에서도 불렀던 넘버 마스카라라는 곡을 부릅니다.  아기자기한 곡에 맞춰 앙증맞은(?) 표정으로 치장을 하는 정성화씨 귀여웠어요. ㅋㅋ 덧붙여 앨빈의 하녀인 자코브 역을 맡은 김호영씨 오랜만이라 반가웠네요.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마냥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어서인지 예전에 봤을 때보다 연기도, 가창력도 한층 성장하신 느낌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장면에 상관없이 느꼈던 점을 말해볼게요.


장미셀역의 이동하씨. 제 자리에서 봤을 때 임슬옹 닮은 느낌...이었는데 프로필 사진을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이라 우기지도 못하겠어서 아무래도 분장 탓인 듯 하네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보니 마침 이동하씨가 장미셀역이라 안심하고 봤습니다.

 

조지가 두, 세번 정도 여자를 들어 올리는 안무가 있는데요, 남경주씨의 이를 악문 그 표정이 다 보여서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댄싱쉐도우에서 한껏 미간에 힘주고 이 악다문채 똥똥한 여배우를 힘겹게 들어 올렸던 신성록씨 이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쓰러움이었네요. 그래도 남경주씨는 확실히 실력파! 개인적으로 얇은 목소리를 안 좋아해서 남경주씨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공연을 보는 순간에는 그 실력을 인정하고야 마는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십니다. 더블 캐스팅인 고영빈씨의 프레스콜을 보고는 더욱 절감한 부분입니다.

 

프레스콜 얘기가 나와 말인데, 김다현씨의 앨빈도 살짝 살펴보니 예상외로 너무 잘하셔서 깜짝! 다만 능청스러움은 도저히 정성화씨를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정성화씨의 앨빈은, 정말 미국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전형적인 드렉퀸 게이 캐릭터 입니다. 이 뮤지컬의 특성상 앨빈역은 과도하게 오버하는 능청스러움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성화씨는 그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소화해낸 배우였어요. 아.. 정말 감동! 소심해서 웬만하면 기립박수 안치는데 커튼콜에서 정성화씨 나오는 순간 가방 집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제꼈습니다. (사실 앞줄에서 다 기립해버려서 무대를 보려면 일어설 수밖에 ㅋ)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토리는 뻔하고 넘버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못하며 주로 라카지 걸들의 무대로 땜빵을 이어나가는 부실한 내용입니다만, 전 그래도 이 뮤지컬을 꼭 보시라고 추천하겠습니다. 이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만큼은 눈이 부실만큼 강렬하니까요. 더불어 정성화씨와 남경주씨가 무대를 이끌어가는 그 힘을 꼭 한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게 바로 뮤지컬 라이브 공연의 매력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더 뮤지컬에서 촬영한 라카지 하이라이트 1부를 링크합니다. 유튜브에 가면 더블캐스팅의 공연이 담긴 2,3부도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한번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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