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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이웃사람'

 

 

영화 '이웃사람' - 강풀 웹툰 원작

 

 

강풀의 웹툰 '이웃사람'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연재될 당시에 보고, 영화 예고편이 나오면서 한 번 더 봤다. 웹툰이 요상한 그림체 임에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또한 치밀하게 짤 수 있는 강풀의 천재적인 능력 때문일 것이다. 동인지 활동을 해봐서 아는데, 칸 나누기에도 머리를 잘 써야한다. 그까이꺼 그냥 그림만 좀 잘 그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 마라. 단언컨대 강풀은 천재거나 부단한 노력가 다. 어느 쪽이든 그의 능력은 최고치.

 

영화 얘기로 넘어가자. 원작이 탄탄한 경우, 영화로 넘어오면서 원작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구성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다반수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원작 그대로 를 옮겨놓았다.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게 정말 고맙다. 풍문에 의하면 원작을 건드리지 않고 제작하기로 계약을 했다는데 그렇다면 정말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똑같아서 중간에 살짝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군데군데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영상만이 보여줄 수 있는 효과를 이용해서 잘 살려낸 것 같다. 어느 한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 있지만은 않은 영화임에도 김윤진, 천호진의 연기력은 빛이 났다. 조영남씨는 물론 마동석, 김성균(살인마)까지 누구하나 빠짐없이 연기력은 물론이고 원작만화의 캐릭터 싱크율도 99.9% 이 부분은 정말 최고로 만족한다.

 

원작도 그렇지만 몇몇 좀 억지스러운 부분 이 없지만은 않다. (그걸 커버 할 정도로 작품이 좋으니 아량 넓게 이해하는 거지만) 표씨 아저씨나 피자가게 청년이 201호 남자의 수상쩍음을 어스름히 느끼며 눈치 챌 때 관객이 보기에도 너무 눈에 띄게 동요해서 범인이 그들을 죽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쓸모없었던 CG 트랜지션.. 경비원 황씨 아저씨가 죽을 때 눈동자에 비친 살인범 CG는.. 좀 오버했다. 그리고 경비원 표씨 아저씨가 책상을 내리치면 유리가 쩍쩍 갈라지듯 과거의 장면으로 넘어가는 CG 트랜지션.. 원작 그대로 살려서 간만에 좀 만족하고 감정이입하고 있는데 거기에 찬물을 확 끼얹는 장면이다. 다른 CG나 VFX는 크게 눈에 거슬리지 않았는데 유독 2-3장면이 거슬렸던 걸로 보아 마지막에 시간에 쫓겼던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후반에 원작자 강풀이 찬조출연 하는데 관객들이 의외로 반응이 없었다. 가방가게 주인과의 실랑이가 한참 이어지고 나서야 웃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그가 누군지 몰랐던 게 아니었나 싶다. ㅋㅋ 영화가 끝나고 엔딩롤이 거의 끝날 때 까지 기다려보았으나 표씨 아저씨의 버스 귀향 씬은 없었다. 나름 큰 의미를 갖는 장면인데 없어서 서운한 마음 한가득 이지만 대체로 만족한 영화였다.

 

+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꼴인지라 (원작자도 그걸 의도하고 만들었겠지만)‘살인마도, 그가 죽인 소녀도 모두가 이웃사람‘이라는 카피에서 소름이 돋는다. 예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바로 옆 동네에서도 자주 끔찍한 사건 소식이 들려온다. 더군다나 이제는 살인마에게 죽이는 이유도 필요치 않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말하고 있듯, 또 다른 소녀의 피해를 막아주는 사람도 이웃사람이다. 서로 친분을 쌓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조금이나마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사회 구조가 또 그것도 쉽지만은 않으니 이것 참 악순환의 연속이다.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