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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도서] 원더보이 - 김연수

 

책을 읽을 때 바보는 자기가 아는 것만을 읽고, 모범생은 자기가 모르는 것까지 읽는다. 그리고 천재는 저자가 쓰지 않은 글까지 읽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말하지 않은 것들을 듣는다.

 

"책이 있으면 먼저 그 책을 만져보는 거야. 킁킁대며 냄새도 맡아보고, 한 귀퉁이를 찢어서 씹어보기도 하지. 그러면 대충 어떤 책일지 감이 올 거 아니겠니? 그러면 책을 펼쳐서 작가의 말을 읽어보고 목차도 살펴보지. 대부분의 책에는 앞뒤 표지에다가 뭔가 적어놓았을텐데, 거기 적힌 글들을 읽으면 대개 무슨 내용인지 90퍼센트 정도는 알게 돼. 그다음에는 책을 덮고 상상하지. 그 책의 주제와 관련해 내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이고, 모르는 건 무엇인가? 만약 내가 이렇게목차를 정하고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으로 면을 채울 것인가? 그렇게 궁리하고 난 뒤에 책을 읽게 되면, 자기가 무엇을 몰랐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지. 그런 점에서 책을 읽는 일차적인 목표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 확실하게 아는 일이야."

(중략)

 

"그다음부터는 자기가 몰랐던 부분만을 반복해서 읽는 거야.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여기까지는 모범생들이 하는 책 읽기지. 그런데 이 방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위대한 책들이 있어. 그건 바로 문학작품들이야. 그래서 어떤 책을 썼든 문학작품을 쓰지 못한 모든 저자들은 실패한 작가라는 말도 있는 거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이 문학작품들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그러니까 천재의 책 읽기. 천재적으로 책을 읽으려면 작가가 쓰지 않은 글을 읽어야만 해. 썼다가 지웠다거나, 쓰려고 했지만 역부족으로 쓰지 못했다거나, 처음부터 아예 쓰지 않으려고 제외시킨 것들 말이지. 그것까지 모두 읽고 나면 비로소 독서가 다 끝나는 거야. 책을 다 읽는 일은 하루면 끝나는 것인데,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이 세상에 수두룩한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지." -p234

 

 

<+개인적인 감상>

시대에 대한 배경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처음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좀처럼 읽는 속도도 붙지 않았다. 읽으려고 마음 먹으면 이 정도의 분량쯤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나기 마련인데 무려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막판에 박차를 가해서 읽기는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책은 뭔가 교훈도 있는것 같고 곰곰히 세세히 읽어봐야할 것 같은 책인데 딱히 재미는 없고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데도 왠지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할 것 같은 오묘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밀려 있는 책들이 있어 당장은 덮어두지만 언젠가는 다시 읽어봐야할 책일 것 같다. 해서.. 자세한 리뷰는 그때 추가하는 걸로....

 

그런데 이 책에는 매우 큰 단점이 하나 있다. 사이즈도 작고 가벼운데다가 표지 색깔도 예뻐서 들고 다니기 참 좋다. 그런데 문제는... '원더보이 김정훈'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때 그 속마음이 회색으로 표시되어 다른 대사와 겹쳐나오는데.. 색의 차이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눈이 나쁜건지도 모르겠지만-물론 난시인 주제에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절대 안경을 안쓰는 고집쟁이-30대 초반의 눈에도 이렇게 헷갈릴 정도면 그 이후의 연령대는 어쩌란 말이냐 싶다. 일반적인 대사 중간중간에 속마음이 섞여 쓰여 있기 때문에 흐름상 다른 대사라는 것은 알겠지만.. 명확히 구별 되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 다시 출판할때는 제발 이 부분 좀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