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이나 느낌은 나름대로 높이 사는 편이다. 김기덕 감독 작품들 대부분이 '여자'가 보기에 불편하듯,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도 나에게는 불편했다.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던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포스터 및 이하 사진 출처: 다음영화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의 경우, 헐리웃 시스템은 감독에게 편집권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박찬욱 감독의 말로는 그건 말도 안된다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대체 뭐였던 걸까? -단순히 감독에 대한 대우가 달랐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스토커는 온전히 그의 권리로 편집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니 누가 봐도 그만의 느낌과 색깔을 한껏 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영화는, 미스테리 스릴러물로는 나쁘지 않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삼촌 '찰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인디아의 관계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다만 흘러가는 분위기상 어느 정도 그들의 정체가 예상이 되서 반전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좀처럼 떨쳐내지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찰리와 인디아의 관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찰리로 인하여 새롭게 태어난 인디아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총을 쏘는 그 모습이 그랬다. 도도하면서도 어딘지 영혼 없는 듯한 그 눈빛, 단정한 블라우스에 스커트, 그리고 뾰족 구두를 신고 걷는 모습이 마치 금자씨의 어린 버젼이었다랄까. 그런 의미에서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역시, 내게 있어서는 찰리였다. 항상 미소짓고 있지만 뒷편에 무언가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듯한 얼굴. 나쁜일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해치워 버리는 그 악랄함까지 전부 들어있는 얼굴이었다. 그에 비해 인디아는 항상 미간에 주름을 짓고 음침한 분위기를 연기하는데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갈색머리와 스타일이 너무 안어울려서 거슬렸다. 이런 느낌들까지도 다 날려버릴만한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 그 점이 조금 아쉽다. 니콜 키드먼은 오프닝에 이름이 등장할 때 알 수 있었듯, 'and'에 지나지 않았다. 연기는 좋았지만 비중이 적었고, 크게 부각되는 인물도 아니어서 안타깝지만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건전한(?)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보지 말 것.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의 주제에 대해 한 가지 힌트를 내자면,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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