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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뮤지컬] 쓰릴미

 

 + 2008년 8월 16일 6:00 P.M

 

 

 + 캐스팅

 

 

 + 개인적인 감상평

 

무려 세번째 보는 공연이었다. 2007년 6월 최재웅 - 김무열 페어, 그리고 2007년 7월 또 다시 최재웅 - 김무열 페어를 본것에 이어 이번에는 이창용 - 김무열 페어였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절대 김무열씨 팬이 아니다. 오히려 최재웅씨 팬이다. 이번엔 아는 분이 티켓을 끊어주셔서 보게 된 공연이었다. 공연을 본 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작년 음원을 찾아 들어야만 했다. 작년의 좋았던 감정을 잃어버리기 싫어서였다.

가사가 많이 바뀌었다. 더 알아듣기 쉬워진 대사들도 있었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 더 강했다. 작년 공연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대사와 직접적인 표현이었다면 이번에는 완곡한 표현에 신경을 쓴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표현이었다. 완곡한 표현으로 인해 쓰릴미 특유의 격정적인 감정이 많이 죽어버렸다. 최재웅씨의 '나'가 '그'에게 끌려다니기도 하고 보채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면, 이창용씨의 '나'는 온전히 끌려다니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고음의 흥분된 목소리는 솔직히 말해 듣기 거북했고, 가창력이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러가지 감정상태를 보여주기보다는 차분한 목소리와 흥분된 목소리.. 그 단 두가지로 구분되는 '나'였다. 이창용씨에 맞추어 연기한 탓인지 김무열씨조차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었다. 물론 중반부서부터는 그 특유의 감정연기가 빛을 발했지만 그래도 작년의 그 감동은 안겨주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인정할것은 인정해야하자. 이창용씨의 연기는 밋밋했다. '나'와 '그'의 비밀스런 관계도, 서로를 조종하는 그 미묘한 감정상태도 느낄 수 없었다. 처음 쓰릴미를 봤을때 이름조차 몰랐던 최재웅씨를, 그 공연 첫 곡에서부터 홀리게 했던 그런 어떠한 매력도 이창용씨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무대위에서의 그의 제스추어였다. 시종일관 허벅지위에 올려져 있는 두 손.. 어떠한 연기도 하지 않는 그 손들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쓰릴미.. 를 마땅히 대체할 말이 없어 작년 공연에서는 그대로 '쓰릴미'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안아줘'로 바뀌었다. 단순하게 안아줘로 대체할만한 말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그래서인지 반감이 들었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는 '쓰릴미'라고 하지만.. 그럴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그냥 바꾸지 않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뭐가 다른지는 확연히 알겠는데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격정적인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긴장감이 없었다. 쓰고 나니 허탈함이 밀려온다.. 최재웅씨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이 부분은 최재웅씨 편애모드가 되어버린듯... 요즘 그의 공연을 못봐서 목말라있는게다 분명하다..)

충무 아트홀 소극장 블랙.. 이 극장에서의 쓰릴미는 아니다 싶다. 다른 공연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반원형으로 되어진 좌석이 공연관람에 도움이 되는것은 하나도 없었다. 무대 중간에 세워져있는 기둥, 몇번이고 배우들을 가리기 일수였다.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소리만 듣는다는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것이다. 공연의 특성상 제 3의 배우인 피아노가 무대에 나와있는것은 당연하지만 C구역에 앉은 관객에게 그 피아노는 방해물일 뿐이다. 배우를 가릴 뿐 아니라, 자막을 보는데도 방해된다. C구역에 관객을 앉힐 생각이었다면 피아노는 다른곳에 두었어야 했다. 거의 대부분을 배우들의 등만 바라봐야했다. 이 공연의 가장 중요한 감정연기를, 배우들의 표정을 보는 일이 불가능해 극에 빠져들기도 힘들었고 점점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반원형의 좌석덕인지 조명의 영역이 넓어서인지 관객들이 훤히 다 보이는 점이  집중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작년 7월, 음향시설까지 바꿔서 완벽해진 예술마당의 무대가 그리울지경이었다. 그때는 정말 너무나 뚜렷하게 배우분들의 표정을 봤고 눈물까지 봤으며 훌륭한 음향시설 덕에 배우님들과 함께 감정에 빠지기도 쉬웠다. 어쨌든.. 앞으론 왠만하며 소극장 블랙에서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만족할때까지 작년 음원을 반복해 들어야겠다.... 최재웅씨 다른 공연 안하나....... 보고싶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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