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월플라워 - 디테일스 - 테이크 쉘터 순으로 영화를 봤지만 모두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그나마 개봉일이 제일 늦었던 테이크 쉘터 먼저 포스팅했습니다. 어짜피 월플라워는 지난주에 올렸어도 보러 가기 힘들었을테니. ㅎㅎ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과제물 때문에 바빴는데도 불구하고 압구정 CGV까지 갔어요. 근처에는 정말 상영관이 없더군요. 엠마 왓슨이 나와도 비주류 영화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우리의 주인공 찰리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달라질 것을 결심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죠. 그러던 중 찰리는 드디어 그의 인생을 바꿔줄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학교에서 'Nothing(없는 놈)'으로 불리는 패트릭입니다. 럭비 경기장에서 그를 발견한 찰리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찰리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에서 먼저 용기 내어 그의 이름을 부른다는 게 찰리에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을거에요. 하지만 용기를 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소심하고 나약해보이는 찰리이지만 한가지 본받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 사람을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모두가 패트릭을 '없는 놈' 취급하며 놀릴 때도, 샘이 걸레라는 소문이 돌았어도, 부잣집 딸인 엘리자베스가 청바지를 훔치는 것을 알고도 모두 사정이 있을거라며 쉽게 판단하고 싶지 않다던 그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대부분 누구나 한 두 가지쯤 상처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게 언제나 눈에 보이는 형태로만 나타나지는 않으니까..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전에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일은 역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알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ㅎㅎ
언제나 밝았던 샘과 패트릭에게도 남모르는 상처가 있었어요. 이 영화의 좋은 점 또 한가지는 그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관객에게 알리기 위해 자극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다는 거에요. 많은 영화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지만 저는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감독들은 얼마든지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주는데 말이에요. 이 영화도 그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장면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아픔은 충분히 관객의 가슴에 다가오는걸요.
"괜찮은 사람들은 왜 꼭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과 사귀는걸까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란다."
"그럼 우리가 그들의 자존감을 더 높일 수 있을까요?"
"노력해볼 수는 있겠지."
두 번이나 반복되는 이 대사를 들으면서 우습지만 제 과거를 떠올려봤네요. 결국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데.. 참..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왜 이리도 힘든 걸까요. 패트릭 같은 친구와 앤더슨 선생님같은 멘토를 저도 가지고 싶네요.
이 영화는 나름 반전이 있어요. 보통 이런 성장드라마는 후반으로 가면 스토리가 정리되면서 뻔한 엔딩이 그려지는데 찰리의 트라우마가 밝혀지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들더군요. 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특히 로건 레먼의 섬세한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배경에 깔리는 음악들도 하나같이 다 좋았구요. 엠마 왓슨은 너무 발랄하고 예쁘게 나왔고, 에즈라 밀러도 매력이 촬촬촬... 무리해서 원정관람하고 온 보람이 있었던 영화. 나중에라도 기회되면 보시라고 살포시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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