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공지가 떠서 그 공지에 써진대로 그장소, 그시간에 왔더니 뭔가 휑하다. 501호는 잠겨있다... 어떤 아줌마가 왜 왔냐고 묻는다. 오늘 특강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강의실 다 잠겨있으니 아래 내려가서 물어보란다. 4층 사무실로 가서 물어보니 대체 넌 이 시간에 왜 있냐는 얼굴로 7시 반 시작이라고 대답해줬다. 심지어 장소도 501호가 아닌 502호. 아래 이미지가 당일 17시 22분에 학과공지를 캡쳐한 것이다. 직장인에게는 무리인 시간인지라 솔직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출석수업도 어짜피 평일 낮에 하고, 종종 다른 특강들도 평일 낮에 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단순 실수라니.. 24시간제가 어려우면 그냥 오전, 오후 쓰셔도 되는데... ㅠㅠ 다른 사람들에게는 따로 연락이 간 건지 어떤 건지 다들 7시반에 맞춰서 오셨는데 학과공지 보고 간 나만 바보였던 거다.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을 못먹고 갔는데 갑자기 두 시간이 붕 떠버려서 카페에서 허니브래드 세트를 주문.. 내 피같은 돈.. 이런 데 쓰려고 어제, 그제 피땀흘려 통역한게 아니라고!!! ㅠㅠ 안그래도 피곤해죽겠는데 이게 무슨 뻘짓이냐아...
배를 채우고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 자료를 가지고 가라시기에 받았더니 3학년 1학기 정치학 14과 내용 그대로였다. 1학기 공부할 때도 나는 필요가 없어서 강의 한 번 듣고 넘어갔던 부분인데... 이걸 듣기 위해 두 시간을 기다린건가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강의내용 외에도 다른 내용이 있을거란 생각에 수업을 들어봤지만.. 에피소드까지 똑같았다. 교수님을 직접 만나고 사람들과 우르르르 2차를 가서 친목을 다진다는 것이 이 특강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50분이나 버스를 타고 달려와 들을 정도의 가치는 글쎄.. 특강이라면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지 않을까하는 무리한 기대를 한 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방송강의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경험의 차이라는게 참 이다지도 다르구나 하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몇몇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안가서 이것이 시대적인 차이인지 생각의 차이인지 혹은 경험의 차이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교수님이니까 당연히 나보다 많이 공부하시고 이론적 체계가 잡혀있는 분이시니 이의견을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몇가지 에피소드들은 요즘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일본에 대한 어떤 편견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뭐, 내 기억 자체가 가물가물하니까 고집부리지는 않는걸로.
학습관이 10시까지라고 해서 서둘러 강의를 끝내자 학생대표가 감사의 마음이라며 교수님께 꽃다발과 선물을 증정했다. 모두 박수치고 사진찍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교실을 나왔다. 허니브래드를 먹을 때부터 사실 배가 아팠는데 10시쯤 되니 속이 쓰리더란.. 집에 가는데 걸리는 한 시간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나와야 했다. 강의가 끝나고 2차가 있었는데 학습관 근처에는 마시고 놀 곳이 없다하여 범계역 근처로 잡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걸어서는 못가니 되도록 차를 가져오신분께 빌붙어 가고 안되면 택시를 타면 된다는 말에 '아.. 역시 놀 줄 아는 사람들은 다르구나..'하는 존경심이 들었다. 나에게 그런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 어짜피 나야 세미채식이니 그런데 따라가서 민폐를 끼치는 것 보다 귀가하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뭔가 안좋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은데... 2학기 편입을 한 사람 혹은 1학기 때 일본근대정치사를 듣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정치사를 입문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였다. 2차에 참여해서 교수님 이하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기에도 좋은 기회였을 것이고. 다만 나같이 개인적인 실리(實利)를 따지고 본다면 손해일 수도 있었다는 경험담 중 하나일뿐.
+ 일본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 중 '지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도쿄지진설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마지막이 1923년에 있었단 말씀을 하시자 한 학생분이 "슬슬 올 때가 됐네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글로만 쓰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학생분 매우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하자 모두 재밌는 농담을 들은 듯 웃어제꼈고. 그런 반응, 아마도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 분위기가 정말이지 매우 심기에 거슬렸다. 역사, 정치 등을 배우면서 오히려 일본에 대한 반감이 늘은 나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들이 지진으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본학을 배우는 사람들도 이런데 일반 사람들은 어련할까.. 망언을 내뱉는 건 일본 일부 우익권력자들이라는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진이 일어나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그냥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이다. 한국에서 홍수가 나던, 가뭄이 나던 죽어나는게 재수없는 정치가들이 아닌 바로 우리이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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